[이데일리 김한영 기자]사이클론 ‘디트와’가 강타한 남아시아 스리랑카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가 600명을 넘어서며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폭우가 이어지면서 추가 산사태 가능성도 제기돼 현지에서는 대규모 인명 피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재난 당국은 디트와로 인해 지금까지 607명이 숨지고 214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재민은 200만 명을 넘어섰다. 곳곳의 마을이 산사태와 홍수로 진흙더미에 파묻히면서 구조·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접근조차 어려운 지역이 여전히 많다.

스리랑카 관광 당국은 고립됐던 관광객 약 300명이 헬기 등으로 구조됐다고 밝혔다. 스리랑카군 역시 수천 명의 병력을 투입해 피해 지역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폭우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안전 당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강수량이 150㎜를 초과했다”며 산지 지반이 더욱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비가 계속되면 산사태 위험 지역 주민들은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재정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재해로 인한 재건 비용이 60억~70억 달러(약 8조8천억~10조3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누라 디사나야케 스리랑카 대통령은 “디트와는 우리 역사상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자연재해”라고 평가하며,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추가 지원 협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스리랑카는 IMF에 29억 달러 규모의 6차 구제금융 지급을 연기하고 지원 액수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스리랑카는 2022년 국가 부도 이후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강력한 긴축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 때문에 수십억 달러가 필요한 이번 복구 작업과 피해 보상은 정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사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스리랑카가 지난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원을 요청하자, 인도·파키스탄·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즉각 지원에 나섰다. 미국 역시 200만 달러(약 30억 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홍수 피해는 스리랑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AP통신은 최근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인도네시아에서도 수마트라섬 아체주 등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883명까지 늘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기상 당국은 아체주에 추가 폭우 가능성이 있으며 북·서수마트라주 역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구호단체 관계자는 AFP에 “50개 지역의 마을 수백 곳, 어쩌면 수천 곳이 피해를 입는 등 규모가 엄청나다”고 밝혔다. 이어 아체·북수마트라·서수마트라 등 3개 주의 피해 면적은 방글라데시 국토보다 더 넓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