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관 "연준 독립성 우려"…트럼프 해임권에 제동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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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09일, 오전 08:5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의 보수 성향 대법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립기관 수장 해임권 확대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사진=미국 연방대법원)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이날 연방대법원 심리에서 “연준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임명된 캐버노 대법관은 존 사우어 법무차관에게 “트럼프의 광범위한 해임권 인정이 궁극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반대 측 주장에 답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해임한 레베카 슬로터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의 복직 소송 건이었다. 보수 우위(보수 6 대 진보 3) 구도의 미국 연방대법원이 90년 된 판례를 뒤집고 트럼프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지만, 연준만큼은 예외로 둘 조짐을 보였다.

◇“연준은 독특한 준민간 기관”

미국 연방대법원은 연준을 다른 독립기관과 다르게 취급해왔다. 지난 5월 법원 명의 명령에서 연준을 “독특하게 구조화된 준민간 기관으로 미국 건국 초기 제1·제2 은행의 독특한 역사적 전통을 따른다”고 규정했다.

사우어 법무차관도 이날 연방대법원이 연준을 특수한 지위로 본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정부는 의회가 연준에 부여한 ‘정당한 사유’ 해임 보호 조항을 직접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는 서면에서 “연준의 보호 조항 합헌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며, 대법원이 이를 유지하려 한다면 기관별 ‘예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버노 대법관은 행정부가 법원의 복직 명령 권한을 부정하는 입장에 대해서도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연준과 일부 특수 법원 등 대통령 해임권의 잠재적 예외를 ‘우회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건은 내년 1월 심리

연준 독립성 문제는 내년 1월 21일 별도 심리될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건과 직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쿡 이사를 모기지 서류 허위 작성 혐의로 해임하려 했다. 쿡 이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쿡 이사 해임을 당분간 차단했다. 올해 슬로터 위원을 비롯한 다른 기관 수장들의 해임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효력을 인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쿡 이사 사건은 슬로터 위원 사건과 또 다른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슬로터 위원에 대해서는 단지 행정부 우선순위와 “맞지 않는다”고만 했지만, 쿡 이사에 대해서는 법률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 이사 (사진=AFP)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의 제4부” vs “전문가 보호 필요”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대체로 트럼프 행정부 주장에 우호적이었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독립기관들이 실제로는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이 관리하는 부적절한 ‘제4의 정부 부처’를 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버노 대법관도 “이들은 의회나 대통령처럼 선출되지 않았지만 개인의 자유와 수십억 달러 규모 산업에 막대한 권한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반박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독립기관은 건국 때부터 있었다”며 “현대의 고안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대통령이 들어와 모든 과학자, 의사, 경제학자, 박사들을 해고하고 충성파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로 교체하는 것은 미국 시민에게 최선이 아니다”고 말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트럼프가 기관장 해임권을 얻으면 이를 활용해 일반 공무원 보호 제도까지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 해임권 확대시 경제 혼란” 전직 연준 관계자 경고

전직 연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연준 위원을 쉽게 해임할 수 있게 되면 미국 경제가 뒤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연준의 금리 결정은 단기적 정치 고려로부터 독립돼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압박하며 금리 대폭 인하를 요구해왔다. 또 연준 이사회에 자신이 임명한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길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연준은 오는 10일부터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3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쿡 이사는 해임 시도 이후에도 모든 정책회의에 참석해 금리 인하에 찬성표를 던졌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90년 된 판례(Humphrey‘s Executor)를 “말라비틀어진 껍데기”라고 표현하며 현대적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시사했다. 두 사건 모두 내년 7월까지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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