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거래로 보잉은 지난 2005년 매각했던 동체 제조 시설을 20년 만에 되찾게 됐다.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보잉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고품질 항공기 제공과 안전성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이 인수한 스피리트의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 공장에서 737 동체가 제작되고 있다. (사진=보잉)
보잉이 한때 자회사였던 스피리트를 되사들이게 된 배경에는 품질 문제가 있다. 최근 수년간 스피리트의 품질 불량으로 737 MAX와 에어버스 A350, A220 프로그램이 지연됐다. 재정난에 빠진 스피리트는 보잉과 에어버스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왔다.
결정타는 지난해 1월 알래스카항공 737 MAX 항공기에서 도어 플러그가 비행 중 이탈한 사고였다. 이 사건 이후 보잉의 품질 관리 문제가 재조명되면서 인수 논의가 본격화됐다. 보잉은 동체 제조 품질 문제 해결을 737 생산 안정화의 핵심 과제로 삼아왔다.
보잉이 인수한 시설에는 737 동체 생산 라인이 포함된다.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 공장에서 제작된 737 동체는 철도로 워싱턴주 렌턴 조립 공장까지 운송된다. 이 외에도 767, 777, 787 드림라이너의 주요 구조물 생산 시설도 보잉에 편입됐다. P-8과 KC-46용 동체 제조 시설도 포함됐다.
스피리트의 애프터마켓 사업부도 보잉으로 이관된다. 보잉의 최대 부품 공급업체를 내부로 통합하면서 글로벌 정비·수리(MRO) 서비스 영역도 확대됐다.
스피리트의 위치타, 달라스, 털사 사업장과 스코틀랜드 프레스트윅 항공우주혁신센터가 보잉에 통합된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일부 사업장은 독립 자회사 쇼트 브라더스로 운영된다. 약 1만5000명의 스피리트 직원이 보잉 소속이 된다.
스피리트는 이번 거래로 사실상 해체됐다. 에어버스도 같은 날 스피리트의 일부 시설 인수 완료를 발표했다. 스피리트의 노스캐롤라이나,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프랑스, 모로코 사업장이 에어버스로 넘어갔다.
말레이시아 수방 사업장은 컴포지트 테크놀로지 리서치 말레이시아로 분리됐다. 자회사인 파이버 머티리얼스는 올해 초 텍스테크 인더스트리스에 매각됐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에 인수된 스피리트 에어로시스템스의 사업장 목록 (그래픽=로이터통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조건부로 이번 거래를 승인했다. 보잉이 에어버스, 컴포지트 테크놀로지 리서치 말레이시아와 협상한 사업 매각을 이행하고, 스피리트가 보잉 경쟁사의 미래 군용기 프로그램에 계속 부품을 공급한다는 조건이다.
FTC는 이 조건 없이는 보잉의 스피리트 인수가 불공정한 경쟁 우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도 10월 보잉이 일부 스피리트 사업을 매각하기로 한 후 반독점 승인을 내줬다.
인수로 합류하는 스피리트 직원 중 약 6000명은 국제기계항공우주노조(IAM) 소속이다. 이들이 보잉의 IAM 751지부에 재합류할 경우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보잉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서는 751지부의 7주간 파업으로 상업용 항공기 생산이 대부분 중단됐다.
한편, 이번 인수 완료 소식에 이날 보잉 주가는 2% 상승했고, 에어버스는 1% 가까이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