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압박에…펩시, 제품 20% 축소·구조조정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9일, 오전 11:2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펩시콜라로 잘 알려진 글로벌 식음료 대기업 펩시코가 미국 제품 라인업을 20% 줄이고 가격 경쟁력에 집중하기로 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펩시코가 제조·판매하는 주요 제품들 (사진=펩시코)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펩시코의 이번 조치는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와 논의 끝에 도달한 결론이다. 엘리엇은 올해 초 약 40억 달러(약 5조88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확보한 뒤 경영진에 변화를 요구해왔다. 특히 지나치게 복잡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음료 사업 점유율 하락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펩시코의 성장세를 회복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초기 합의안을 도출했다.

펩시코 주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날 장 마감 기준으로는 올해 들어 4.2%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16% 상승했다.

엘리엇의 마크 스타인버그 파트너는 “이번 계획이 더 높은 매출과 이익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펩시코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펩시코는 2026 회계연도 유기적 매출 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애널리스트 평균 추정치는 2.7% 수준이다. 유기적 성장률은 인수합병과 환율 변동성을 제외한 수치로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핵심 지표다.

펩시코는 최근 뉴욕 본사를 비롯해 시카고, 텍사스 플라노 등 북미 사무실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최근 몇년간 기업들은 감원 발표 전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최근 제니퍼 웰스 북미 최고인사책임자가 “사업 구조 변화로 일부 직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알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라몬 라구아르타 최고경영자(CEO)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개선, 제조 시설 현대화를 통해 다른 사업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펩시코 경영진은 엘리엇과의 협상 이전부터 이미 ‘인력 적정화’를 언급했다. 이는 감원을 뜻하는 기업들의 완곡한 표현이기도 하다.

연도별 펩시코 직원 수 추이 (단위: 1000명, 그래픽=블룸버그통신)
지난달 펩시코는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프리토레이 시설을 폐쇄하고 450명 이상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회사는 해고가 “사업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펩시코는 어떤 제품을 중단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엘리엇은 펩시코에 탄산수 제조사 소다스트림과 레몬라임 음료 스타리 등 일부 브랜드 매각을 통해 음료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할 것을 촉구해왔다. 또 가장 잘 팔리는 짠맛 스낵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라이프, 캡틴크런치 같은 시리얼과 퀘이커 오트, 라이스어로니 등을 매각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번 합의로 엘리엇은 펩시코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타인버그 파트너는 “펩시코의 이사회 쇄신 약속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월마트 출신 스티브 슈미트가 펩시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됐다. 은퇴하는 제이미 콜필드의 후임이다.

엘리엇의 지분 확보가 알려진 이후 라구아르타 CEO는 포트폴리오 개편과 비용 절감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펩시코는 레이스 감자칩을 개편했다. 바비큐 맛 제품에서 인공 색소를 빼고 천연 색소로 대체했다. 도리토스와 치토스 신제품 라인도 출시했다. 모든 합성 색소를 제거했으며 단백질과 섬유질 함량을 높인 제품도 확대할 예정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