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제47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태국과 캄보디아 평화협정식에 참석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왼쪽부터),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하지만 캄보디아 정부는 반박 성명을 내고 “태국이 비인도적이고 잔혹한 침략 행위를 자행했다. 태국은 노골적 침략 행위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또 태국이 민간인 거주지역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태국의 (휴전협정 및 국제법) 위반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무력충돌은 지난 7일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총격전을 두고 양측이 서로 휴전협정 위반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태국은 캄보디아군이 자국 영토에 침입해 도로 보수공사를 진행하던 태국군을 향해 발포해 2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군은 태국군이 먼저 공격했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다음날인 8일 태국은 북동부 우본랏차타니주 국경에서 새벽에 교전이 발생했으며 캄보디아군이 먼저 발포해 F-16 전투기 등을 동원해 캄보디아 국경 내 군사시설을 표적 공습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는 휴전협정을 준수해 어떠한 선제 공격도 하지 않았다며 태국군이 먼저 공격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양국은 이날까지 국경 여러 지역에서 교전을 지속했다. 캄보디아는 간밤 민간인 2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는 등 사망자가 총 7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부상자는 20명으로 집계됐다. 태국은 지금까지 3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측 사상자는 모두 민간인이며 태국 측 사상자는 모두 군인으로 알려졌다. 교전이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태국은 접경 7개주 가운데 5개주에서 43만 8000명을 대피시켰다. 캄보디아에서도 20만명 이상이 몸을 피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800㎞의 국경을 둘러싸고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이어왔다. 지난 7월에는 닷새간 벌어진 무력 충돌로 60여명이 숨지고 약 30만명이 피난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두 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 10월 말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달 지뢰 폭발 사고와 매설 책임을 둘러싼 공방을 시작으로 휴전합의 이행도 중단했다.
로이터는 “양국은 모든 피해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군사충돌 재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미국 측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캄보디아와 태국 정부가 약속을 온전히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휴전협정 체결을 중재했던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양국 관계 안정화를 위해 쌓아온 신중한 노력들을 무위로 되돌릴 위험이 있다”며 무력 충돌 자제와 소통 채널 유지를 호소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민간인 사상자 책임을 규탄하며 휴전 협정을 재차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