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쇼핑판 흔든다…"크리스마스 선물? 챗GPT에게 물어봐"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9일, 오후 05:1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이 쇼핑 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생성형AI, 브랜드별 웹사이트 챗봇 추천을 통한 쇼핑이 일상에 스며들고 있어서다.

(사진=AFP)


◇쇼핑의 새 조력자 등극한 AI…“스크롤 수고 확 줄여”

8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 조사에서 선진국 소비자의 3명 중 2명이 올해 연말 쇼핑 시즌에 AI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AI를 자주 사용하는 18~24세 젊은층에선 6명 중 5명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이코노미스트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를 때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를 끝없이 스크롤해야 하거나 웹사이트에서 직접 검색하는 수고스러움을 덜기 위해 기꺼이 AI를 활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컨설팅 회사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챗GPT 등 생성형AI 사용 용도 중 쇼핑 조언이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일반 검색이다.

이에 따라 생성형AI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른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시장으로, 맥킨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쇼핑 가운데 3조~5조달러가 이러한 AI 에이전트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다양한 서비스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구글 AI 도구를 통해 매장에 재고 문의 전화를 대신 진행할 수 있고, 상품 가격 변동을 추적한 뒤 특정 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AI가 알아서 구매토록 설정할 수 있다.

소매 및 광고 산업의 대규모 격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AI를 활용하는 경우 ‘맞춤형’ 쇼핑 후보 리스트를 제공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품질이나 가격 비교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도 가능하다.

◇아마존 “광고수익↓” vs 월마트 “새고객↑” 대응 엇갈려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대응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대다수는 AI 에이전트가 자신들과 고객 사이에 끼어드는 발상을 못마땅해한다. 광고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매출의 약 10%를 광고에서 벌어들이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AI 에이전트가 아닌 ‘쇼핑객’이 자사 웹사이트를 계속 방문하도록 오픈AI 크롤러가 상품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차단했고, 퍼플렉시티를 상대로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마존은 퍼플렉시티의 ‘코멧’(Comet) 에이전트가 자사 웹사이트에서 인간처럼 돌아다니며 정보를 가져갔다고 주장한다. 퍼플렉시티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반면 월마트는 지난 10월 자사 상품을 곧 챗GPT를 통해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래라면 월마트가 닿지 못했을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즈호은행은 월마트 웹사이트 방문자의 4%가 추천 링크에서 유입되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을 챗GPT가 제공한다고 추정했다. 월마트를 포함한 일부 소매업체들은 자체 쇼핑 어시스턴트도 개발했다.

여전히 업체별 대응은 제각각이다. AI 패션 쇼핑 도구 ‘데이드림’ 설립자인 줄리 본스타인은 “챗봇이 유난히 잘 도와주는 상품군이 있는가 하면, 거의 도움이 안 되는 분야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무게, 출력 등 명확한 스펙을 표기하는 제품군, 예를 들면 진공청소기 등에서는 챗봇이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고 부연했다. 또 명확한 스펙과 개인 선호가 섞여 있는 화장품 등의 제품군에서도 챗봇이 그럭저럭 쓸만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패션처럼 매우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대부분 챗봇들이 도움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본스타인은 “취향 기반 카테고리는 완전히 다르다. 제품 스펙이 아니라, 그 제품이 주는 감각과 분위기가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쇼핑에 AI를 얼마나 적극 활용할 것인지는 챗봇 제작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광고에 어느 정도까지 의존하느냐에도 달려 있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자칫 광고 때문에 ‘생성형AI는 객관적이다’라는 인식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사진=AFP)


◇판매업체들도 AI 시대 발맞춰 홍보 수단 물색 잰걸음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 및 브랜드들은 챗봇이 자사 제품을 추천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검색엔진 최적화’(SEO)가 ‘생성엔진 최적화’(GEO)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릴리AI의 설립자 푸르바 굽타는 “어느 의류회사가 자사 웹사이트에 ‘프렌치 테리 소재, 미드나잇 블루 색상의 상의, 애슬레저 카테고리’라고 적어두더라도, 고객들은 챗봇에 그냥 ‘네이비 후디’를 찾는다고 입력한다”고 말했다.

홍보 소프트웨어 회사 머크랙이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인기 챗봇들이 인용한 링크 100만개 이상을 조사한 결과, 기업 웹사이트나 보도자료 출처는 18%에 그쳤다. 반면 가장 많이 인용된 출처는 뉴스 웹사이트로 25%를 차지했다. 챗봇은 또한 최신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AI가 온라인 쇼핑을 뒤흔들수록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옷처럼 직접 만져보고 착용해봐야 하는 상품군은 여전히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다. 눈에 띄는 매장 디스플레이와 친절한 점원을 둔 오프라인 매장이 브랜드 인식을 형성하는 또 다른 핵심 접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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