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보다 더 줄게"…트럼프 사위도 뛰어든 '워너 인수전'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9일, 오후 07:1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임유경 기자]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개시를 선언하면서 ‘워너 인수’를 둘러싼 넷플릭스와의 경쟁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파라마운트 쪽에 ‘돈줄’을 대면서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히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EPA연합)
파라마운트, 적대적 인수 개시…주당 30달러 매입 제안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를 통째로 인수하기 위한 1084억 달러(약 159조원) 규모의 적대적 인수에 나선다.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라더스 주주들을 상대로 주당 30달러에 주식 매입 제안에 돌입했다. 공개매수 기간은 20영업일이며, 파라마운트는 공개매수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 이 기간 파라마운트가 유통주식의 51%를 확보하면 워너브라더스에 대한 경영권을 장악하게 된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5일 워너브러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720억 달러에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27.75달러로, 기업가치를 827억 달러로 평가했다.

파라마운트는 CNN과 디스커버리 같은 워너브러더스의 케이블 TV 네트워크 부문까지 포함해 인수를 제안하면서 회사를 통째로 유지하는 것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작한 일을 끝내기 위해 여기에 왔다”며 “주주들에게 넷플릭스 거래보다 176억 달러 더 많은 현금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너브라더스 이사회는 “제안을 검토하겠다”면서도 “넷플릭스 거래에 대한 기존 권고는 변경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워너브라더스가 넷플릭스와 계약을 깨고 다른 합병을 선택하면 넷플릭스에 28억 달러의 위약금을 부담해야 한다.

파라마운트는 미국 테크업계 거물인 엘리슨 일가와 레드버드 캐피털을 주축으로 이번 거래에 필요한 407억 달러를 자기 자본으로 조달한다. 이외 사우디 국부펀드(PIF), 아부다비 리마드 홀딩, 카타르투자청(QIA) 등 중동계 자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어피니티 파트너스도 비의결권 투자자로 참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아폴로 등 금융기관은 약 540억 달러의 부채 약정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은 외국 자본 참여에 따른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투자자의 이사회 참여와 경영권 권리를 배제하는 구조를 취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쿠슈너 사모펀드 참여로 이해충돌 논란

미디어업계의 최대 빅딜로 예상되는 이번 거래는 반독점 심사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번 M&A는 수평(플랫폼), 수직(콘텐츠) 시장 모두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역대급으로 어려운 심사가 될 전망이다.

파라마운트와 넷플릭스 모두 소비자와 경쟁사, 공급업체에 피해가 없는지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반독점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쿠슈너의 워너브라더스 인수전 참여는 이해충돌을 포함해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번 인수와 관련된 심사에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겠다고 뜻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워너브라더스가 보유한 매체 중 하나인 CNN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만약 어피니티가 참여한 파라마운트가 거래를 성사시키면 트럼프 일가가 워너브라더스 지분 일부를 보유하게 된다. 이 같은 논란에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워너브러더스 거래와 관련해 쿠슈너와 별도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며 “넷플릭스도, 파라마운트도 내 친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심사 과정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문사 밸류엣지 어드바이저스의 넬 미노우 회장은 “경영대학원에서 이해충돌 사례를 가르친다면 이건 교과서적 사례가 될 것이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거래 승인 과정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감시단체 ‘정부감시 프로젝트’의 스콧 어메이 법률고문은 “정부 운영과 가족의 사업 이해관계가 뒤섞인 경계선이 날이 갈수록 더 흐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워너브러더스 인수와 관련한 어떤 발언이나 행동도 피하고, 사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의혹 자체가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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