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석학 1000명 모신다”…캐나다, 인재 유치에 1.8조원 투입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0일, 오전 10:4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 중국 등에 이어 캐나다 정부도 인재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배타적 이민정책으로 해외 이주에 내몰리고 있는 연구자들이 핵심 타깃이다.

(사진=AFP)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가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캐나다 글로벌 임팩트+ 연구 인재 이니셔티브’(Canada Global Impact+ Research Talent Initiative)를 추진한다. 총 17억캐나다달러(약 1조 8000억원)를 투입해 해외 이직을 검토중인 미국 연구자 등 글로벌 인재 1000명을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다.

FT는 “캐나다 내 대학을 강화하고 미국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며 “캐나다의 과학 투자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편이다. 최근 유럽연합(EU)과 프랑스·영국·스웨덴 등이 발표한 미국 연구자 유치 프로그램보다는 훨씬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따라 캐나다 정부는 향후 12년 동안 최고 연구자 채용 지원을 위해 10억캐나다달러(약 1조 600억원)를, 연구 인프라에 4억캐나다달러(약 4200억원)를 각각 투자할 예정이다. 1억 3400만캐나다달러(약 1422억원)는 캐나다로 이주하는 우수 해외 박사과정 학생들과 박사후 연구원들을 지원하는 데 쓰기로 했다. 경력 초기 연구자 지원에는 1억 2000만캐나다달러(약 1273억원)가 배정됐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다른 나라들이 학문적 자유를 제약하고 최첨단 연구를 훼손하고 있는 반면, 캐나다는 그러한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며 “전 세계의 최고 인재를 유치해 캐나다 연구자들과 함께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대학들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 예산을 동결하거나 삭감·취소했다. 이에 미국 대학들은 박사후 연구자(Postdoc) 채용 규모를 줄이는 등 긴축에 나섰다. 고용되지 않은 연구자들은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제안한 앨런 번스타인 캐나다고등연구원(CIFAR) 명예회장은 “단순히 미국 상황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학과 혁신을 기반으로 더 강한 캐나다를 만드는 일”이라며 여러 캐나다 대학들이 유력 외국 학자 명단을 정리해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번스타인 회장은 또 프로그램에 과학·의학·공학 분야 연구장비 구입 등 고비용 연구를 위한 예산이 이미 포함돼 있다며, 정부 지원금이 민간 및 기업 기부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 앞서 토론토의 대형 의료·연구 기관인 유나이티드헬스네트워크가 올해 4월 전 세계에서 100명의 연구자를 신규 채용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FT는 부연했다.

많지는 않지만 미국 내 일부 석학들은 이미 캐나다행을 결정했다. 예일대의 제이슨 스탠리·마르치 쇼어·티모시 스나이더 교수 등 3명이 토론토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스나이더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나 정치적 이유로 미국을 떠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시도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이 곳에서 훨씬 더 많은 학생을 가르칠 수 있고, 더 넓은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캐나다 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미국을 떠나는 연구자들을 노리고 있어 글로벌 인재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와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부부는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떠나 스위스 취리히대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리아과학아카데미는 올해 미국에서 25명의 ‘최고 연구자’를 신규 영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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