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반등에도 생산자물가 '뚝'…中, 디플레 먹구름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0일, 오후 07:01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저물가 국면에 머물러 있던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오랜만에 반등했다. 주요 식품 가격이 크게 올랐고 보상 판매 확대와 여행 수요가 늘면서 관련 제품·서비스의 가격도 상승한 영향이다. 다만 올해 누적 기준으로는 전년대비 보합 수준에 머물렀고 생산자물가는 지속 하락하고 있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보다 0.7%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0.7%)에 부합했다.

중국 CPI는 지난 8~9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10월(0.2%) 상승 전환한 후 두 달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상승폭만 놓고 보면 지난해 2월(0.7%)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가통계국은 주로 식품 가격이 상승으로 전환하면서 전체 물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분야별로 보면 식품·담배·주류 가격이 전년 같은 달보다 0.3% 올랐는데 이중 신선 채소(14.5%), 수산물(1.5%), 신선 과일(0.7%) 등이 올랐다. 반면 달걀(-12.5%), 육류(-6.6%), 돼지고기(-15.0%), 곡물(-0.4%) 등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른 분야를 보면 교통·통신만 2.3% 떨어졌고 기타 생필품·서비스(14.2%), 일상용품·서비스(2.1%), 의류(1.9%), 의료·교육·문화·엔터테인먼트(1.6%)가 일제히 올랐다. 가전제품(4.9%), 옷(2.0%), 항공권(7.0%) 등도 올랐는데 이를 두고 국가통계국은 국내 수요 확대 정책과 조치가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소비재 보상 판매 같은 수요 촉진 대책이 긍정적 성과를 냈다고 본 것이다.

올해 1~11월 누적으로 보면 CPI는 지난해보다 보합(0%)에 그쳤다. 1~10월만 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 하락했는데 그나마 11월 반등으로 간신히 0%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양회 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목표를 2% 안팎으로 제시했는데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저물가 상황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의류 매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AFP)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같은 달보다 2.2% 하락해 시장 예상치(-2.1%)를 밑돌며 2022년 10월 이후 3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했다. 출고 가격 중 생산자 가격이 2.4% 떨어졌고 채굴업(-6.1%), 원자재업(-2.9%), 가공업(-1.9%) 등도 내렸다. 생활수단 가격은 2.5% 내렸으며 이중 연료(-6.9%), 화학원료(-5.0%), 농산물·부업(-4.9%) 낙폭이 컸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수요 침체로 내수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구환신(헌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할 때 보조금 지급) 같은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수요 둔화를 반전하기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하반기 들어 뚜렷하게 둔화하면서 연간 경제 성장률 목표인 약 5% 달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에 이달 열릴 예정인 중앙경제공작회의 등 주요 고위급 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호주뉴질랜드은행그룹(ANZ)의 레이먼드 영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예상보다 큰 PPI 하락은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며 “이것(저물가 해소)이 내년 정책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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