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조달목록에 화웨이·캠브리콘 AI 반도체 추가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0일, 오후 02:3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자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공식 조달(구매) 목록에 포함했다. 중국의 기술 자립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AI 칩 ‘H200’에 대해 대중 수출을 승인하기 직전에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최근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주요 중국 반도체 기업의 AI 프로세서를 정부 승인 공급업체 목록에 새로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정보기술 혁신 목록’(信創·신창)으로 불리는 조달 리스트로, 정부부처·공공기관·국유기업들이 매년 수십억달러를 지출하는 IT 제품 구매 지침 역할을 한다.

새 조달 리스트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부 정부부처와 국유기업들은 이미 관련 지침 문건을 전달받은 상태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FT는 “중국 정부는 그동안 구두로만 자국 기업들에 ‘국산 기술 사용’을 권고해왔다”며 “정부부처 및 국유기업 등이 서면 지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가 본격화한 이후 중국이 외국산 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공공 부문에서 국산 반도체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AMD·인텔 등 해외 반도체를 대체할 국산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를 대신할 국산 운영체제(OS) 등을 신창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기관·학교·병원·국유기업 등 공공 부문에서 외국산 IT 제품이 점차 퇴출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H200에 대해 대중 수출 통제를 풀기 ‘직전’에 화웨이와 캠브리콘 제품을 추가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도 중국이 H200를 구매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가 H200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미 의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대 여론을 뚫어야 하며, 중국 정부의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중국 국산 AI 반도체의 성능이 이제 미국 제품을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최근 데이터센터용 전력보조금을 확대, 알리바바·텐센트 등 기술 대기업들이 에너지 효율이 낮은 국산 칩을 사용해도 전기료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만 기술업계 내부에선 엔비디아 기술을 중국산 칩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저항이 작지 않다. 한 국유 금융기관의 임원은 “올해 1억위안을 투입해 국산 AI 칩을 구매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임원은 “우리의 정량거래(퀀트 트레이딩) 모델은 엔비디아 하드웨어 기반으로 설계돼 있다. 화웨이 반도체로 전환하려면 낯선 프로그래밍 언어로 코드를 새로 작성해야 하는 것을 포함해 대규모 수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정책 담당자는 “이행기에는 이런 어려움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이는 기술 독립을 위한 성장통일 뿐,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MIIT는 이번 조치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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