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트럼프 골드카드’ 비자 프로그램 신청이 공식 개시됐다고 밝혔다. 그는 “자격을 갖추고 검증을 받은 모든 사람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길을 열어준다”며 “위대한 미국 기업이 마침내 귀중한 인재를 지킬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게재한 웹사이트에 따르면 개인은 100만 달러(약 14억 6600만원), 기업은 200만 달러(약 29억 3200만원)를 각각 미 상무부에 기부하면 골드카드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미 국토안보부에 심사 수수료 1만 5000달러(약 2200만원)를 내야 한다. 골드카드 신청이 승인되면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 EB-1 또는 EB-2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드카드가 외국인 인재 채용을 지원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정보기술(IT) 업계 주요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고 “애플 팀 쿡을 비롯한 여러 경영자로부터 미국 최고 대학에서 공부한 우수 인재를 채용하려 해도 계속 데리고 있을지 알 수 없어 붙잡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골드카드가 외국인 유학생 등 고급 인력의 미국 잔류를 도와줄 것이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기존 영주권(그린카드)보다 훨씬 강력한 경로”라며 “이 프로그램으로 발생하는 수수료가 미 정부에 엄청난 금액(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팀 쿡(애플), 마이클 델(델 테크놀로지스), 엔리케 로레스(휴렛팩커드), 안토니오 네리(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아빈드 크리슈나(IBM) 등이 참석했다.
미 정부는 웹사이트에서 ‘플래티넘 카드’ 비자 프로그램도 곧 제공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이는 골드카드 상위 버전으로 500만 달러(약 73억 2800만원)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1만 5000달러로 똑같다. 외국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며 미국에 체류하는 270일 동안 미국 이외 지역 소득에 대해 면세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상 처음 장기 체류자에게 조세 특혜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원래 미국에 183일 이상 거주하면 미국 내 소득은 물론 해외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플래티넘 카드는 미국 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낸 적이 있는 외국인은 신청할 수 없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골드카드 출시와 함께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해선 최근 5년간의 SNS 사용기록 제출을 의무화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날 연방관보를 통해 최근 5년간 전화번호, 10년 치 이메일 주소, 부모·배우자·형제자매·자녀 등 가족 구성원 정보, 얼굴·지문·DNA·홍채 같은 생체 정보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ESTA 대상국은 한국·영국·일본·프랑스·호주 등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가입한 42개국이다. ESTA를 통해 미국에 입국하면 최대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ESTA 신청은 웹사이트가 아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만 신청을 받는다. 여권용 사진 외에 셀카(selfie) 사진도 제출해야 한다. ESTA 수수료는 지난 9월 기존 21달러(약 3만원)에서 40달러(약 5만 9000원)으로 이미 인상했다. CBP는 6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새 규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트럼프 기존 이민 규제 기조와 정면배치
새 비자 제도를 두고 부유층엔 특혜, 일반 관광객엔 불이익 강화라는 지적과 함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불법 이민은 물론 합법 이민까지 대폭 제한해 온 트럼프 행정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의 로 칸나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올바른 합법 이민’ 입장과도 배치한다. 미국이 최고 입찰자에게 거주권을 판매하고 있다”며 윤리적 우려를 제기했다.
법률·이민 전문가들은 비자 정책 변경에는 의회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현행 조세·이민 법제와 충돌 소지가 있어 소송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투자이민 제도의 ‘패스트트랙’(신속 심사) 통로를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별도 입법 없이 시행 가능하며 형평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관광협회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미국이 올해 관광 수입이 줄어드는 유일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단체들은 “여행객에게 5년 치 SNS와 가족·생체 정보까지 요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다”고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