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충돌을 피해 캄보디아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10월 휴전 협정 체결 이후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양국의 무력 충돌이 벌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중재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내가 그들이 싸움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내일 그들과 통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감히 전화 한 통으로 태국과 캄보디아라는 두 강대국의 전쟁을 멈출 수 있겠냐”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다만 강경한 태도의 태국 정부가 일절 타협을 거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이번 분쟁은 두 나라 사이의 문제다”며 “다른 국가 지도자가 평화를 바라는 좋은 의도가 있을 순 있지만 단순히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8일에도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며 “그들(캄보디아)이 먼저 시작했고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준 것뿐이다”고 주장했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군은 군 기지를 민간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시켜 민간인을 방패로 삼고 있다”며 “캄보디아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국가는 사기꾼을 지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지난 7월 나흘 동안 무력 충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압박하자 휴전에 합의했다. 이후 10월 26일 휴전 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태국은 캄보디아와 국경 분쟁이 국제화되는 것을 꺼린데다 미국의 관세 협상 시한을 며칠 앞둔 상황이었다. 태국과 비교해 군사력에서 밀리는 캄보디아는 미국의 개입을 환영하고 있다. 태국 민족주의 세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한 휴전 협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9월 집권한 아누틴 총리가 최근 태국을 휩쓴 홍수 대응 실책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쉽게 휴전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태국 여론도 지난 7월보다 군부의 강경 노선을 더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관세 외교’ 한계…민주콩고·르완다도 불안
지난 7월 휴전 중재에 참여했던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도 양국 중재에 나섰지만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그는 10일 태국, 캄보디아 총리와 각각 통화한 뒤 “평화적 대화, 국제법에 기반을 둔 해결책, 우리 공동 지역의 안정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더 강화한 지역 협력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총자이안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관세는 언제나 효과가 미미한 수단이었다”며 “태국과 캄보디아에 오랜 시간 동안 뿌리 깊게 박힌 적대감이 있는데 (관세로) 지속적인 휴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중재로 지난 4일 평화 협정을 체결한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도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 협정 체결 다음날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반군들이 민주콩고 정부군을 향해 공격을 가하면서 양측 간의 교전이 발발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지난 5월 무력 충돌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카드를 꺼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휴전했지만 당시 인도는 관세가 휴전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미국과 인도 관계는 경색됐다.
◇태국, 캄보디아와 충돌 격화…공군 동원해 석유 저장고 폭격
11일(현지시간) 더 네이션 등 태국 언론에 따르면 태국과 캄보디아의 무력 충돌로 이날까지 태국 군인 7명이 사망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아기를 포함한 민간인 10명이 사망했다. 수십 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이번 무력 충돌은 지난 7일 태국 시사껫주 국경 지역에서 캄보디아군이 태국군 초소를 향해 소화기 사격을 가해 태국 군인 2명이 부상당하면서 시작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통치하면서 측량한 817㎞ 길이의 국경선 가운데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점에서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국경에서 시작된 충돌은 단순 교전을 넘어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태국군은 전날 공군 소속 F-16 전투기로 캄보디아 국경 지역의 카지노 건물과 석유 저장소를 폭격했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군이 전쟁 중 문화재 파괴를 막기 위한 헤이그 협약을 악용해 고대 유적지를 군사 작전 기지 및 탄약·폭탄 저장고로 사용하고 있다며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 지역 등을 공격했다. 태국군은 국경을 포함해 16개 전선에서 전투기와 장갑차, 드론이 동원된 교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태국에선 40만명이, 캄보디아에서는 12만 7000명이 대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