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관련 계획을 잘 아는 복수의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제재 대상에 오른 원유 운반선을 추가로 나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카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작전에 대한 질문에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제재 대상 선박들이 불법 시장의 원유를 싣고 공해를 항해하며, 그 수익이 전 세계의 불량하고 불법적인 정권의 마약 테러를 지원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AFP)
또 재무부는 원유 운반선 6척과 이들이 등록된 회사들을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 재무부는 이 선박들이 “기만적이고 위험한 해상 운송 관행에 관여했으며, 마두로의 부패한 마약 테러 정권에 자금을 계속 공급해 왔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원유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서방의 금융·해운 시스템을 우회하기 위해 ‘다크 플릿(dark fleet)’으로 불리는 유조선을 활용하는데, 이는 주로 허위 등록과 국기를 사용하는 노후 선박들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싣고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을 집중적으로 겨냥할 경우, 해당 선박들이 베네수엘라 입항을 기피하게 만들어 베네수엘라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로 글로벌 석유 시장에 참여할 수 없어 복잡한 중개를 거쳐 생산량의 대부분을 중국 정유사들에 판매해 왔다.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관여하는 에너지 기업들의 한 자문가는 WP에 “베네수엘라로 오려는 모든 제재 대상 선박에 대해 이제 미국 정부가 언제든 승선·압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내려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주와 운영사들에 상당한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며 “미국의 승선을 감수하면서까지 베네수엘라에 가야 할지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 10일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호와 특수작전 부대를 투입해 베네수엘라 대형 유조선을 나포했다. 건조된 지 20년 된 해당 유조선은 이란 및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연관돼 2022년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류 조치로 베네수엘라 당국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2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미 해안경비대가 FBI와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지원을 받아, 제재를 위반해 베네수엘라와 이란산 원유를 운송한 혐의를 받는 원유 운반선에 대해 11일 압류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해당 선박이 PDVSA의 원유를 싣고 있었다고 확인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 선박은 제재 대상 ‘그림자 선박’으로, 불법 시장의 제재 대상 원유를 운송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헤즈볼라에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해당 선박이 현재 몰수 절차에 들어갔으며, 수사팀이 승무원들을 면담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유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박은 미국 항구로 이동할 예정이며, 미국은 원유 역시 압류할 방침이지만,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과 화물은 이미 압류됐지만, 실제로 몰수 절차를 거쳐 원유를 몰수 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선주나 화물 소유주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수년이 걸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