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가 19만원, 이게 맞아?"…주가 반토막 난 룰루레몬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2일, 오전 09:46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 ‘에슬레져 룩’ 선두주자 룰루레몬의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악화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 매출 둔화로 올해 50% 이상 하락했던 룰루레몬 주가는 11일(현지시간) 시간외 거래서 10% 이상 반등했다.

(룰루레몬. (사진=AFP)
룰루레몬은 이날 캘빈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1월 사임한다고 밝혔다. 신임 CEO 부임 전까지 룰루레몬은 메건 프랭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앙드레 마에스트리니 최고영업책임자(COO)가 공동 CEO 대행을 맡는다.

룰루레몬은 이날 시장 예상을 밑도는 3분기 주당순이익 2.59달러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7달러보다도 감소했다. 해외 시장 매출은 33% 급증했으나 미국 시장 매출은 2% 감소했으며, 동일매장매출도 5%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룰루레몬 주가는 50% 이상 내려 시가총액 250억달러(약 26조8000억원)가 증발했다.

미국 시장에서 룰루레몬이 고전하는 것은 알로 요가, 부오리 등 중저가 에슬레져 브랜드와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또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기존 스포츠웨어 브랜드도 요가복 등 에슬레져룩을 내놨다. 미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레깅스 한 벌당 128달러(약 19만원)에 달하는 룰루레몬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 8월부터 800달러(약 112만원) 미만의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를 폐지한 것도 룰루레몬에 타격을 줬다. 룰루레몬 의류는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 제조해 미국에서 판매된다. 이미 경쟁사보다 고가에 제품을 판매 중인 룰루레몬이 소비자에게 관세 비용을 전가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룰루레몬의 관세 비용은 2억1000만달러(약 3091억원)에 달한다.

맷 제이콥 M사이언스 애널리스트는 “룰루레몬은 경쟁이 심화하는 에슬레져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잃었다”며 “특히 핵심 제품인 여성용 레깅스 점유율 약세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것은 신임 CEO에게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세포라 미국 법인 대표를 역임한 맥도널드 CEO는 2018년 룰루레몬으로 자리를 옮겨 연간 매출을 세 배 이상 증가시켰다. 맥도널드 CEO 취임 이후 룰루레몬은 전세계 매장을 780곳으로 늘리고 운동화 등 새로운 상품군을 출시하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매출 성장이 둔화하자 룰루레몬 창업자 칩 윌슨과 갈등을 겪었다. 칩 윌슨은 지난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면 광고를 내고 “월스트리트식 언변만 갖추고 혁신을 저해하는 CEO 때문에 회사가 냉정함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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