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폭격기 무력시위' 도쿄 겨냥했나…中·日 갈등 `악화일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3일, 오전 11:06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확인된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의 비행이 도쿄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 이동경로. 붉은색 별이 도쿄의 위치 (사진= 통합막료감부)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9일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지난 9일 일본 오키나와현 섬들 사이를 지나 시코쿠 남쪽까지 비행했을 당시 이동 경로를 연장하면 도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3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 9일 중국 H-6 폭격기 2대와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가 동중국해에서 일본 시코쿠 인근 태평양까지 장거리 비행을 실시한 바 있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러 폭격기는 당시 동남쪽으로 비행하며 오키나와섬(沖繩本島)과 미야코지마(宮古島) 사이를 통과한 뒤 오키나와섬 남쪽 해역에서 방향을 왼쪽으로 90도가량 틀어 북동진했다.

폭격기가 시코쿠 남쪽에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직선 경로로 비행했다면 도쿄는 물론 해상자위대·미 해군 기지가 있는 요코스카에 닿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중국의 전투기가 괌 쪽을 향한 적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9일 도쿄 방면으로 비행한 중국 폭격기 H-6K는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기종이었다고 요미우리는 짚었다. 신문은 H-6K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사정거리가 1500㎞ 이상인 공대지 순항미사일 CJ-20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방위성 관계자는 “도쿄를 폭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중국군 전투기가 공해 상공에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했다는 일본 방위성의 발표를 두고 양국이 한 차례 맞붙은 바 있다.

오키나와 본섬 남동쪽 공해 상공에서 중국 해군 항모 랴오닝함에서 발진한 J-15 전투기가 영공침범 대응 임무 중이던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에 레이더 조사를 가한 사안이다. 이를 놓고 일본은 레이더 조사가 ‘조준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며 항의하고, 중국은 오히려 자위대기가 중국 해군의 정상적인 훈련을 방해했다며 충돌했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과 일본도 안보 동맹을 과시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 소속 특별기관인 통합막료감부(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1일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 2대와 일본 항공자위대의 F-35 전투기, F-15 전투기 각각 3대가 전날(10일) 동해 공역에서 공동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성명에서 “이번 양국 간 합동훈련은 힘을 통한 일방적 현상 변경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일본과 미국의 강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뤄진 러·중 합동 비행을 겨냥한 것으로 미·일 안보 동맹이 중·러 무력시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일 갈등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촉발됐다. 이에 중국은 발언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며 일본산 해산물 수입 금지, 일본 여행 자제 권고 등 경제적 압박 시작했고 이어 일본 인근 해역·공역을 누비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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