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의 유럽연합기. (사진=AFP)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2035년 신차의 탄소 배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2021년 탄소 배출량 대비 90% 감축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다만 이 개정안은 EU 회원국 및 유럽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는 EU 환경 정책의 핵심으로 여겨졌다. EU 27개 회원국에서는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전면 금지되고 전기차만 판매될 예정이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2021년 배출량의 10% 수준까지 휘발유·디젤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하이브리드차(HV) 등의 생산을 이어갈 수 있다. 친환경 철강 사용이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V+소형 연료엔진) 생산 등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한다는 전제다.
EU의 급격한 전기차 정책 추진으로 중국산 업체들이 유럽 시장을 잠식하자 독일과 이탈리아 등 자동차 강국들은 당분간 하이브리드차 등을 판매하게 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번 조치에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위주로 유럽 시장이 재편될 경우 자동차 업계를 넘어 유럽 제조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EU는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를 막겠다며 4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비야디(BYD) 등 중국 브랜드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10.6%로, 관세 부과 전인 지난해 6월 11%에 근접했다.
◇시간 벌었지만…中전기차와 격차 벌어질 우려도
유럽의 정책 전환으로 하이브리드 기술에 강점이 있는 한국 및 일본산 차도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2035년까지 탄소 배출을 90% 이상 줄이려면 순수 전기차 비중을 크게 끌어올려야 하지만,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EU가 전기차 전환을 미룰 경우 중국과의 전기차 산업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웨덴 전기차 제조사 폴스타 최고경영자(CEO) 미하엘 로셸러는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90% 감축으로 바꾸는 것은 언뜻 보면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지금 후퇴한다면 유럽 전기차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 자동차 업계는 더 급격하게 내연차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전날 포드는 195억달러(약 28조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
포드는 미국 내 인기 모델인 ‘F-150’ 픽업트럭의 전기차 모델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수요 부진에 시달렸다. 포드가 가솔린·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겠다고 선언하자 이날 포드 주가는 0.15% 상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