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러시아에 ‘S-400’ 반환 타진…美 F-35 도입 포석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8일, 오전 09:4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튀르키예가 ‘S-400’ 지대공 미사일 방공시스템을 러시아에 반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관계 개선,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 도입 등 방위산업 제재 해제를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튀르키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12일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가바트에서 진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S-400 반환하겠다는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관련 질문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양국 정상 회담에서 S-400 반환 제안은 없었다며 부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움직임은 러시아산 무기 시스템을 포기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9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S-400과 F-35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주튀르키예 미국 대사인 톰 바락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앙카라(튀르키예)의 S-400 포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앞으로 4~6개월 내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튀르키예는 S-400 시스템을 실전 배치하지 않고 ‘운용하지 않는 상태’로 두고 있다.

튀르키예의 S-400 반환 시도는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튀르키예는 과거 F-35 공동개발·구매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나 2019년 러시아로부터 S-400을 인도받은 뒤 미국·나토와의 관계가 급속 악화했다.

미국산 방위·무기 체계 도입에도 제약을 받았다. 미국은 2019년 튀르키예를 F-35 공동개발·구매 프로그램에서 퇴출한 뒤, S-400을 보유한 상태에서는 프로그램 참여 재개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민감한 군사 정보가 러시아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미국은 2020년 ‘적성국제재제법’(CAATSA)을 적용해 튀르키예 방산업에 제재를 가했다.

튀르키예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산 방공시스템인 패트리엇 도입을 추진했지만 미국이 최종 합의에 소극적이어서 S-400을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항변해 왔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튀르키예는 2016년 에르도안 대통령을 겨냥한 군부 쿠데타 시도 이후 서방과 갈등이 심화하자 러시아에 손을 내밀어 S-400 구매를 결정했다”면서 “S-400 도입은 미국·나토와 상호 불신을 상징하는 사안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튀르키예는 S-400 정리를 통해 미국·나토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방산 제재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튀르키예 외교 고위 인사는 최근 “내년 중 제재 해제를 예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소식통들도 “S-400과 관련 레이더 장비 가격보다 이를 포기함으로써 미국·나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얻게 될 외교적 이익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는 S-400 시스템 도입에 투입한 수십억달러의 환불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 수입 대금에서 해당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세부 조건 협상이 필요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편 나토 회원국 중 두 번째로 큰 육군을 보유한 튀르키예는 그동안 러시아와 너무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균형 잡힌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를 부인해 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일종의 ‘균형외교’ 노선을 유지했다. 러시아에 대해 서방의 경제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으면서도,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흑해로 들어가는 러시아 군함 이동을 제한하고 우크라이나에 무인기 등 무기를 제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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