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JP모건의 연준 예치금 잔액은 2023년 말 4090억달러(약 603조 1900억원)에서 올해 3분기 630억달러(약 92조 9100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미 국채 보유액은 2310억달러(약 340조 6800억원)에서 4500억달러(약 663조 6600억원)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연준에 쌓아두던 초과 유동성을 상당 부분 만기·수익률이 정해진 국채로 전환한 셈이다.
미국 내 다른 4000여개 은행 전체의 예치금 총액이 1조 9000억달러(약 2802조 1200억원)에서 약 1조 6000억달러(약 2359조 6800억원)로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이 JP모건 한 곳의 예치금 이동에 따른 결과로 파악된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예치금 이자 수익이 줄어들 위험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미리 확보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2022년 3월 연준은 0%였던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2023년 7월 5.25~5.50%까지 가파르게 올렸다. 이후 1년여간 동결을 유지하다 올해 9월부터 인하로 방향을 틀어 이달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다.
내년 5월 퇴임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대신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사가 차기 의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여 금리는 더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현실화하면 연준 예치금에 붙는 이자도 줄어든다.
이에 상대적으로 높은 국채 수익률을 고정해 두는 편이 유리하다고 JP모건이 판단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은행 규제·통계를 추적하는 뱅크레그데이터는 “JP모건이 연준 예치금을 국채로 옮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금리가 내려가고 있고 그 전에 미리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JP모건은 국채 포트폴리오 만기 구조나, 금리 스왑 등 파생상품으로 위험을 얼마나 헤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2020~2021년 저금리 시기에도 장기채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덕분에 2022~2023년 고금리 국면에서 연준 예치금 이자로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예금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만 지급하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같은 기간 미국 상당수 은행들이 장기채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막대한 평가손을 입었던 것과 대비된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이 예치한 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해 왔으며, 이를 통해 단기 금리와 금융시장 유동성을 조절해 왔다. 최근 2년간 금리가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연준으로부터 받은 이자 규모가 급증했다. 작년 한 해에만 1865억달러(약 275조원)가 지급됐다.
이에 지난해 10월 미 상원에서 연준이 은행 예치금에 이자를 주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안이 표결에 부쳐졌지만 부결됐다. 법안을 주도한 랜드 폴 상원의원은 2013년 이후 연준으로부터 이자를 가장 많이 받은 상위 20개 은행이 총 3050억달러(약 449조 8100억원)를 수령했다고 추산했다.
폴 의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JP모건이 받은 이자는 150억달러(약 22조 1250억원)로 연간 순이익 585억달러(약 86조 2900억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