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생중계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경제 운영과 관련해 “이전 행정부는 물가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나는 높은 물가를 빠르게 끌어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 자동차 가격은 22% 상승했고, 휘발유는 30~50%, 호텔 요금은 37%, 항공료는 31% 올랐다”며 “지금은 모든 것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작년과 비교해 추수감사절 칠면조 가격은 33% 하락했고 계란 가격은 3월 이후 82% 하락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생중계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자신의 핵심 경제 정책인 교역국에 대한 고관세 부과와 감세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내세웠다. 그는 “나는 관세를 활용해 18조달러(2경 660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미국으로 유치했다”며 “기업들은 미국에서 만들면 관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빠르게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 효과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올해 통과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에 따른 효과를 언급한 것이다. OBBBA는 2017년 발효된 개정세법의 일몰 조항을 연장하는 동시에 팁 세금 공제, 지방세 공제한도 상향 등 새로운 감세 항목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감세로 많은 가정들이 연간 1만1000달러에서 2만달러를 절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내년 봄엔 관세 정책 덕분에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환급이 이뤄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을 활용해 고소득자를 제외한 모든 미국인에게 1인당 2000달러(약 292만원)를 지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왔는데, 이는 해당 배당금 지급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그는 145만명이 넘는 군 장병에게 1776달러(약 260만원)씩 특별 보너스 성격의 ‘전사 배당금’을 지급한다고도 깜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제약회사들과 직접 협상해 약값을 최대 600%까지 인하하고, 취임 첫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해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2.5달러 이하로 낮췄으며, 전임 행정부 당시 1만 5000달러 증가했던 연간 모기지 비용을 3000달러 낮췄다는 점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의 경제 정책으로 생활비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생활비 안정 문제가 내년 중간선거 최대 화두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달리 미국인들은 그의 경제 운영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PBS뉴스·NPR·마리스트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7%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6%에 그쳤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1·2기 재임 기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경제 분야에 대한 부정평가 확산은 전체 국정 수행 지지도에도 직격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38%로, 이는 집권 1기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PBS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유권자 불만을 적극적으로 파고들며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했는데, 이제는 같은 요인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생활비 안정’ 메시지를 내세워 연달아 승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수세에 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