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광고 ‘싸구려’ 논란에도…기업들 “비용절감 위해 계속 쓴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8일, 오후 01:3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업 광고가 소비자 반발을 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은 비용절감 효과를 이유로 AI 광고 활용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코카콜라 AI 광고 영상 캡처)
1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맥도날드는 지난 6일 네덜란드에서 45초짜리 크리스마스 광고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화재·사고 등 온갖 재난을 겪은 장면이 나열된 뒤 피난처처럼 맥도날드 매장으로 모여드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소셜미디어(SNS)에서 “성탄 분위기를 망친다”, “불쾌하다”, “AI가 만든 싸구려 영상”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크리스마스를 가장 끔찍한 시기로 묘사한 내용이 문제였지만, 인물과 배경 묘사가 부자연스럽고 편집 품질이 낮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맥도날드는 결국 “스트레스 많은 연말을 표현하려 했지만 수많은 고객들에게 가장 행복한 시기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해명하며 공개 닷새 만인 10일 영상을 삭제했다.

코카콜라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연말 마케팅에 AI 제작 영상을 도입해 “영혼이 없다”, “창의성이 사라졌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코카콜라 광고는 별다른 스토리텔링 없이 산타클로스가 콜라병을 열고 각종 동물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카콜라 트럭이 마을에 들어오는 설정이 전부다. 겉보기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광고와 비슷한 구성이지만, 장면마다 트럭의 크기와 바퀴 개수가 바뀌는 등 연속성 오류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회사는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광고를 내리지 않고 있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AI 활용은 마케팅과 디지털 전략 전반을 바꾸는 데 매우 중요하다. 소규모 인력으로도 수만개의 영상 클립을 한 달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며 효율성을 강조했다.

과거 1년 이상 걸리던 광고 기획·촬영·편집 과정을 AI로 대체해 제작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이에 “인력 대신 AI에 의존해 비용을 줄이다 품질 관리가 무너졌다”, “AI가 크리에이터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불만까지 더해져 더욱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 의류 체인 J크루와 게스는 SNS와 패션지 등에 게재한 상품 광고 이미지가 “AI로 만든 것 같다”는 의혹을 받았다. 손가락·의류 주름 등 세부 표현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논란이 확산했다. J크루는 “이미지 일부에 AI를 활용했다”고 시인하면서도 문제가 된 광고를 교체하거나 내리지는 않았다.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광고 제작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 인터랙티브광고협회(IAB)가 올해 8월 발표한 조사에서 광고 기업 임원 125명 중 절반 이상이 이미 광고 콘텐츠 제작이나 고객 전략 수립에 AI를 활용 중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 전원이 “내년에도 AI를 계속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션 업계에서는 AI 덕분에 촬영·보정·모델 섭외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는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와 달리, 중저가·패스트패션 업체들엔 AI 이미지 활용이 비용절감 및 홍보 등의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앞으로는 다른 산업에서도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중심으로 AI 활용이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실례로 미국 온라인 트레이딩 서비스 업체 칼시는 지난 6월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 중계 광고 시간에 AI로 제작한 파격적인 광고를 내보내 화제를 모았다. 비현실적인 연출과 파격적인 비주얼이 밈으로 확산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신규 고객 유입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AI 발전으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TV·영상 광고 제작이 어려웠던 중소기업·스타트업도 손쉽게 광고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제작비 절감과 속도 경쟁이 심화할수록 향후 광고 시장에서는 ‘AI 활용 역량’이 기업 간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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