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지연 통계에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3.1%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6% 상승해 2021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전만 해도 3.0%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물가는 전년 대비 1.4% 상승해, 8∼9월의 1.5%보다 둔화됐다.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제3자 데이터를 활용해 월간 변동을 산출했으며, 신차 가격은 0.2% 상승했고 중고차 가격 상승률은 둔화됐다.
서비스 물가도 진정 조짐을 보였다.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3.0% 상승했으며, 항공요금과 호텔 숙박비는 오히려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시하는 주거비·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2.7% 상승해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이었던 주거비 상승률은 전년 대비 3.0%로,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번 지표는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통계 작성에 제약이 있었던 가운데 나왔다. 셧다운으로 통계 수집이 차질을 빚으면서 10월 CPI 발표가 취소됐고, 11월 지표 역시 당초 예정됐던 지난 10일보다 늦게 공개됐다.
BLS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10월 물가 데이터 상당 부분을 수집하지 못하면서, 11월 물가의 전월 대비 변화를 포함한 세부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BLS는 9~11월 두 달간 근원 CPI가 누적 기준으로 0.2% 상승했다고만 밝혔다.
◇“신뢰하기 어렵다”…경제학자들, 셧다운 여파 경고
다만 이번 물가 지표가 연준의 통화정책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준 내부에서는 내년 금리 경로를 두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준은 지난주 노동시장 악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3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향후 금리인하에 대해선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사상 최장 수준의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데이터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해석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당분간 물가 지표의 추세와 고용시장 상황을 함께 살피며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수치는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올라야 할 가격이 내려가고, 내려가야 할 가격이 오르는 등 실제 체감 물가 흐름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의 존 힐 미국 인플레이션 전략 책임자는 “시장은 이번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BLS의 산출 방식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투자자들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기간에 조사 재개가 이뤄진 점도 물가를 낮춰 보이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JP모건의 마이클 핸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월에 수집하지 못한 가격들이 그대로 유지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현재 수치에 상당한 하방 편향을 만들었고, 향후 데이터 수집이 정상화되면 되돌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증시 선물 반등…국채금리 하락 속 기술주 강세
물가가 예상밖에 둔화했다는 신호에 뉴욕 증시 선물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S&P500 선물은 0.8% 상승하며 나흘 연속 하락세 중단을 예고했고, 나스닥 선물은 1.4% 가량 오르고 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선물도 0.5%정도 상승 중이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실적 호조와 강한 매출 전망에 힘입어 장 전 거래에서 주가가 14%가량 급등하며 기술주 반등을 이끌고 있다. 비트코인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3% 이상 상승 중이다.
국채금리는 하락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3bp(1bp=0.01%포인트) 하락한 4.12%를 기록 중이다. 달러 가치는 큰 변동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