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장 지중해까지 넓혔다…‘그림자 선단’ 유조선 첫 드론 타격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0일, 오후 03:32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 무대를 흑해에서 지중해로까지 확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중해에서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 유조선을 무인기(드론)로 공습했다. 그림자 선단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로 지목돼왔다.

우크라이나군 공격으로 러시아 유조선 켄딜호(켄딜2호)가 무인기로 공습을 당해 폭발하는 장면(출처=우크라이나 보안국)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리비아 인근 지중해 해역을 항해 중이던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켄딜호(켄딜2호)를 무인기(UAV)로 공습했다. SBU가 공개한 영상에는 항해 중인 유조선 갑판에서 폭발이 발생하는 장면이 담겼다.

SBU는 이번 작전에 대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20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수행된 전례 없는 특수 작전”이라며 “해당 선박은 화물을 싣지 않은 상태였고, 환경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재를 회피해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조달해 온 선박은 합법적인 군사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림자 선단’은 불투명한 소유 구조와 편의치적(선박의 실제 소유·운영 국가와 상관없이 규제가 느슨하거나 비용이 적은 다른 나라에 선적을 두는 것)을 통해 국제 제재를 피해 러시아산 원유와 금지 물품을 운송하는 유조선·화물선 집단을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주요 외화 수입 통로로 기능해 왔다. 많게는 1000척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수주간 흑해에서 그림자 선단을 집중 타격하며 러시아 해상 물류를 압박해 왔다. 지난 10일에는 코모로 국적의 유조선 다샨호를 해상 드론으로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고, 앞서 튀르키예 인근 흑해에서도 유조선 2척을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자체 개발한 해상 드론 ‘시베이비(Sea Baby)’가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중해 공습을 두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제재 회피 네트워크를 전 지구적 범위에서 위협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미국 중재로 종전 협상이 논의되는 국면에서, 우크라이나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군사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러시아군은 흑해 연안 오데사주의 항만 시설을 미사일로 타격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유조선 공격은 아무런 군사적 효과 없이 추가적인 위협만 초래할 것”이라며 보복을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보복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제재 대상 석유 수출망을 겨냥해 무인 항공·해상 시스템 사용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해상과 원거리 공간까지 포함한 ‘비대칭 전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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