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챗GPT
AI 낙관론은 올해 9분기 실적 발표 때까지 이어졌다. 9월 10일 하루에만 주가는 35% 넘게 올라 종가 기준 328.3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엘리슨 공동 창업자는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회사가 다음 달 ‘AI 월드 콘퍼런스’를 통해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2030 회계연도까지 1660억달러에 이르러 연평균 75%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자 주가는 다시 300달러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AI 낙관론은 곧 회의론으로 바뀌었다. 투자자들은 기술 기업들이 AI 투자를 위해 부채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즉, 막대한 지출이 언제쯤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불안은 대형 기술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수요 증가로도 드러났다. CDS는 채권에 대한 일종의 보험 수단으로, 신용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가치가 상승한다.
오라클 주가는 9월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했지만,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16% 상승한 상태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 개번 놀란은 “오라클 같은 기업들이 더 많은 부채를 발행하면서 레버리지가 커졌고, 이는 신용 관점에서는 더 위험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주 사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처럼 최고 신용등급을 받은 주요 빅테크 기업들조차 CDS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라클은 이러한 AI ‘빚투’의 중심에 서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오라클은 올해에만 약 26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CDS 스프레드는 크게 확대됐고, CDS 프리미엄은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오라클 투자자이자 기술 분석가인 코리 존슨은 “오라클은 AI 거품에 대한 공포의 전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오라클의 총부채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1240억달러로 늘었고, 현금 유출은 27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급증했다. 여기에 더해, 오라클은 실적 발표 이후 공시를 통해 2026 회계연도 3분기부터 2028년 사이에 시작되는 장기 임대 계약 의무가 248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대부분은 데이터센터 관련이며, 대차대조표에는 반영되지 않은 항목이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루크 양은 “오라클은 작은 실수 하나만 있어도 전략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오라클의 잉여현금흐름은 다른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 비해 더 제약돼 있다”면서 “부채든 다른 자금조달 방식이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애널리스트는 머지않아 오라클이 데이터센터에서 실제 현금을 창출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보면서도 그 시점과 성과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오라클의 컴퓨팅 용량을 임차할 기업들조차 AI를 어떻게 수익화할지 아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의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오픈AI와의 계약이 있다. 오픈AI는 오라클의 잔여이행의무(RPO) 금액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최소 300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고객 계약에서 발생하는 미래 수익을 측정하는 지표다. 오픈AI의 대항마로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 등 구글이 부상하자 오픈AI와의 협력 사안들은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픈AI는 오라클 외에도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과 맺은 AI 인프라 계약으로 인해 향후 8년간 총 1조 400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대규모 계약은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AI 수요가 기술 기업들이 예상하는 만큼 실제로 발생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헤지아이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프리드먼은 “오라클이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 위해 지금 투자해야 하는 규모에 걸맞은 수요가 실제로 같은 방식, 같은 크기로 나타날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 역시 또 다른 우려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오라클이 오픈AI와 연계된 데이터센터의 완공 시점을 2027년에서 2028년으로 미뤘다고 보도했지만, 오라클은 지연 사실을 부인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달 오라클의 최대 데이터센터 파트너인 블루 아울이 미시간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으나, 오라클은 다른 파트너가 해당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