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올해만 최소 347명 사형…2년 연속 '최악' 기록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2일, 오후 04:2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2년 연속 연간 사형 집행 건수 신기록을 세우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올해만 최소 347명이 사형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인권단체 리프리브(Reprieve)는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올해 최소 347명이 사형당했다고 발표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345명보다 증가한 수치다. 리프리브는 “기록이 시작된 이래 사우디 왕국에서 가장 유혈이 낭자한 사형 집행의 해”라고 규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올해 사형당한 이들 중 약 3분의 2는 치명적이지 않은 마약 관련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었다. 5명은 여성이었으며, 체포 당시 미성년자였던 청년 2명과 언론인 1명도 포함됐다.

리프리브에 따르면 96건의 사형 집행이 대마초 관련 범죄만으로 이뤄졌다. 유엔은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사형을 “국제 규범 및 기준과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프리브의 중동·북아프리카 사형제 담당 책임자 지드 바시우니는 “사우디가 이제 완전한 면책특권을 누리며 운영되고 있다”며 “인권 시스템을 거의 조롱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우디 형사사법 시스템 내에서 고문과 강제 자백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사형 집행 ‘10년만에 최다’

사우디만의 문제는 아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적으로 1518건의 사형 집행이 기록됐다. 2015년(최소 1634건)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이란, 이라크, 사우디 3개국이 전체의 91%에 달하는 1380건을 차지했다. 이란이 972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우디 345건, 이라크 63건 순이었다. 미국은 25건을 기록했다.

다만 이 수치는 중국과 북한, 베트남을 제외한 것이다. 중국은 매년 수천건의 사형을 집행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데이터가 국가 기밀로 분류돼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하다.

앰네스티는 2024년 사형 집행의 40% 이상이 마약 관련 범죄로 집행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 인권법상 ‘가장 심각한 범죄’에만 사형을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

◇“시위자·소수민족 탄압 수단으로 악용”

앰네스티는 일부 국가들이 사형을 정치적 탄압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우디는 2011~2013년 시아파 소수집단 출신 시위 참가자들을 테러 관련 혐의로 사형시켰다.

이란도 ‘여성, 생명, 자유’ 봉기 참가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사형을 사용했다. 지난해 정신장애가 있는 청년을 포함해 봉기 관련자 2명이 불공정한 재판과 고문으로 얻어낸 자백을 근거로 사형당했다.

사우디는 지난 6월 언론인 투르키 알자세르를 테러 및 대역죄로 사형시켰다. 오드리 아줄레이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언론인에 대한 사형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에 대한 오싹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유엔의 초법적 처형 특별보고관 모리스 티드볼-빈츠 박사는 사우디에 즉각적인 사형 집행 유예를 촉구했다.

◇사형제 폐지 움직임은 확대

사형 집행이 증가한 가운데서도 사형제 폐지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2024년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15개국으로 2년 연속 기록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113개국이 완전히 사형제를 폐지했고, 총 145개국이 법률상 또는 실무상 사형제를 폐지한 상태다.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이 사형 집행 유예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2024년 짐바브웨는 일반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에서는 거의 50년을 사형수로 보낸 하카마다 이와오가 지난 9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아그네스 칼라마르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사형을 무기화하기로 결심한 소수의 지도자들에도 불구하고 조류는 바뀌고 있다”며 “세계가 교수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사형제 폐지 운동에 나선 시민단체 모습 (사진=앰네스티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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