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 함대를 현대화하고 미국 내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한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에 따라 미 해군은 ‘트럼프급’으로 명명된 차세대 전함과 호위함(프리깃함)을 여러 척 건조할 계획이다. 호위함 건조는 한국 조선업체 한화(000880)와 함께할 예정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면서 한미 간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황금함대 구상의 일환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전함 두 척의 신규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전함을 “트럼프급”이라고 부르면서 “지금까지 건조된 어떤 전함들보다 빠르고 가장 크며, 화력은 100배 더 강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추가로 8척의 건조를 진행할 계획이며, 빠른 시일 내에 총 20~25척 규모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첫 트럼프급 전함의 이름은 ‘USS 디파이언트(Defiant)’로 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함의 건조는 거의 즉시 시작되며 완료까지 약 2년 반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USS 디파이언트는 현재 미 해군의 주력 전력인 알레이버크급(배수량 약 9500t) 구축함을 업그레이드한 형태가 되며 함포뿐 아니라 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전자기 레일건, 고출력 레이저, 그리고 핵무기(핵탄두를 실은 해상발사 크루즈 미사일)까지 탑재할 게 될 예정이다.

미국이 전함을 건조하는 건 1994년 이후 처음이다. 트펌프 대통령은 “전함들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조선 산업을 부흥시키며, 전 세계의 적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금함대 구상의 또 다른 핵심 축은 소형 호위함으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조선업체 한화와 협력해 호위함을 건조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주 미 해군은 새로운 호위함 (건조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 사업은 한국 기업인 한화와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화가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 4000억원) 이상 투자한 것을 언급하며, 한화를 “좋은 회사(Good company)”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우리는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다시 열고 있다”며 “한때는 훌륭한 조선소였지만, 오래전에 폐쇄됐다. 그러나 이제 다시 문을 열어 해군과 민간 기업들이 함께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한화가 인수한 필리 조선소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호위함 건조 참여가 확정되면서 한미가 올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한국의 대미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인 ‘마스가’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주 미 해군은 새 호위함을 미시시피주 파스카굴라에 있는 헌팅턴 잉걸스(HII) 조선소가 주관을 맡고, 추가 건조를 맡길 다른 미국 내 조선소를 모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해군의 호위함 확보는 황금함대 구상의 핵심이기도 하다. 대릴 코드리 미 해군참모총장은 “홍해에서 카리브해에 이르기까지 최근 작전들은 추가 호위함 확보의 필요성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의 소형 수상 전투함 전력은 필요한 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함 건조를 시작으로 조선업 부활에 본격 시동을 걸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하루 평균 4척 이상의 군함, 화물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박을 건조했다”며 “이제 군함 건조를 시작으로 미국을 주요 조선업 강국으로 재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항공모함 3척을 건조 중이며, 잠수함도 12~15척 건조 중이거나 건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주 서명한 국방수권법안(NDAA)에는 구축함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군함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260억달러(약 38조 6000억원)의 예산이 포함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