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 사상 최대…韓엔 반도체 '호재' 中둔화 '우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3일, 오후 07:07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2025년 글로벌 무역이 사상 처음으로 35조달러(약 5경1835조원)를 돌파하며 기록을 경신했지만, 2026년에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에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 관세 리스크, 환율 변동성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도체·인공지능(AI) 부문만이 유일한 버팀목으로 꼽힌다.

사진=AFP
◇“회복은 견고하지만 균열도 뚜렷”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초 발표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2025년 3.2%에서 0.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주요국 성장률 전망을 보면 △미국 1.7% △유로존 1.2% △중국 4.4% 등이다.

마티아스 코르만 OECD 사무총장은 “회복은 생각보다 견고하지만 균열도 뚜렷하다”며 “무역 갈등, 고령화, 부채 부담 속에서 재정 규율과 구조개혁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상품·서비스 교역액은 35조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약 2조2000억달러(7%) 증가한 규모다.

UNCTAD는 “동아시아,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간 무역이 글로벌 무역 성장을 주도했다”며 “중국과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고 짚었다.

하지만 내년 전망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UNCTAD 보고서는 “2025년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둔화됐고, 2026년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 증가하는 부채, 높아지는 무역 비용, 지속되는 불확실성 때문에 무역 성장세가 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中 수출 타격 불가피…반도체·AI만 ‘유일한 호재’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 경제 둔화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경제가 ‘미약한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스 카펜터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에 눌려 5% 성장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S&P글로벌도 “중국의 수출 강세는 내년엔 모멘텀을 잃을 것”이라며 “높은 가계 저축과 연약한 노동시장 상황이 소비 지출을 계속 억누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수출 주도’에서 ‘내수 중심’으로 리밸런싱하면서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전자제품과 반도체 부문은 2026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UNCTAD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무역은 지난 12개월간 10% 성장했으며, 특히 전자제품은 14% 급증했다. 보고서는 “AI 관련 수요가 주요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S&P글로벌은 “아시아-태평양 일부 경제는 반도체와 AI 같은 고부가가치 부문의 지속적인 투자로 이익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우리 반도체 기업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주요 변수는 환율·관세…온건한 성장과 불확실성 ‘공존’

환율 변동성은 주요 변수다. S&P글로벌은 “미국 달러의 약세 추세가 재개될 것”이라며 “덜 우호적인 미국 금리 차와 지속적이지만 좁아지는 대외 불균형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리스크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국제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26년을 ‘온건한 성장’과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로이트는 “2025년 반등 이후 2026년 온건한 성장”을 예상했다. JP모건은 2026년 미국·글로벌 경기 침체 확률을 약 35%로 제시하며 “성장 둔화와 끈질긴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경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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