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원화 대비 위안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현지 한국 기업은 물론 주재원과 교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환율 안정 의지가 강해 당분간 위안화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 상하이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위안화 화폐를 세고 있다. (사진=AFP)
23일 엠피닥터 등에 따르면 현재 원·위안 환율은 211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원·위안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가 터졌던 지난해 12월 201원선을 돌파했다가 차츰 낮아져 189원대까지 내려갔다. 이후 위안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저점보다 11.6%가량 올랐다. 원·위안 환율이 21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3월이 마지막이다. 약 1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인 것이다.
최근 위안화가 중국 당국의 절상 기조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지만 원화 약세가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원화를 사용해야 하는 기업과 개인들이 현지 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상황이다.
중국에 거주하는 주재원 대부분은 체재비를 위안화 또는 달러화 기준으로 받고 있지만 급여는 원화로 받아 환전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베이징에 주재하는 C씨는 “체재비를 받지만 4인 가족 생활비와 자녀 학비·학원비까지 한국 통장에 있는 돈을 환전해서 쓴다”며 “최근 원·위안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예전에 100만원 환전할 돈이었다면 지금은 12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측면에선 중국에서 위안화로 제품을 산 후 한국에 들여오는 수입업체들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원·위안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대중 무역적자가 커지고 있어 우리가 손해인 측면이 크다.
위안화가 달러 대비로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달러화 체재비를 받거나 달러화로 결제하는 기업들의 영향도 크다. 현재 달러·위안 환율은 7.02위안대로 7.3위안 정도이던 올해초보다 크게 떨어졌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중국 현지에서는 원화나 달러 대비 위안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만 해도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을 전거래일보다 0.07% 내린(위안화 절상) 7.0523위안에 고시했다.
중국은 일일 고시를 통해 사실상 환율을 통제하는 국가로 달러·위안 환율을 절상 고시한다는 건 그만큼 위안화 강세를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당정은 내년 주요 경제 과제 중 하나로 ‘위안화 환율 안정’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기조를 이어감에 따라 내년에는 달러·위안 환율이 6위안대로 낮아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강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란 시각이다. 위안화가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여 국제 금융 시장에서 투자할 만한 자산으로 분류되면 위안화의 영향력도 커진다는 계산이다.
실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11월 누적 외국인의 역외 위안화 채권 발행 규모는 8019억위안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위안화로 발행한 채권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수출기업엔 악재지만 그간 위축됐던 내수 경제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중국 경제 매체 이차이는 “중국 수입업자들에게 위안화 가치 상승은 분명히 긍정적인 일로 그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면서 “이는 원자재와 소비재의 수입 비용을 낮추고 기업 이익을 높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내수 확대와 소비 촉진’이라는 거시적 전략과도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