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은 조사 결과에서 중국이 비시장적 정책을 동원해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해외 시장이 중국산 반도체에 의존하도록 만들어 미국 상거래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즉각적인 추가 관세 부과는 하지 않기로 했다.
연방 관보에 따르면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은 향후 18개월 동안 0%를 유지한다. 이후 2027년 6월 23일부터 관세율이 인상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수준은 적용 시점 최소 30일 전에 공표될 예정이다.
USTR은 “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분야를 겨냥한 조치는 불합리하며,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하는 행위로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시 주석과의 합의를 통해 초고율 관세 부과를 피하고, 기술 및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USTR은 지난해 12월 개시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12개월 이내에 공개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었다. 앞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별도의 301조 조사에 따라 중국산 반도체 관세를 2025년 말까지 50%로 두 배 인상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향후 미·중 관세 합의가 흔들릴 경우 활용할 수 있는 협상 카드도 유지하게 됐다.
USTR은 “이번 조치의 효과와 사안 해결을 위한 진전,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계속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이른바 ‘레거시 반도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반도체는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최첨단 칩은 아니지만, 자동차·항공기·의료기기·통신 장비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잠재적인 관세 대상에는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실리콘 원재료, 집적회로(IC) 등 반도체 관련 부품과 투입물이 포함된다. 다만 중국산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완제품에는 당분간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당국은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 공급망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점차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네덜란드 정부와 중국 간 갈등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네덜란드 당국은 지난 10월 중국 자본이 소유한 반도체 업체가 자국 자동차 산업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해당 회사를 일시적으로 압류하려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