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0억달러 절감" 머스크 정부효율부, 실제론 연방지출 늘어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4일, 오후 02:17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끈 미국 정부효율부(DOGE)가 대규모 예산 절감을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연방정부 지출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미국 정부 회계·재정 데이터 플랫폼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연방정부 지출은 6조9500억달러였으나 2025 회계연도엔 7조100억달러로 600억달러(약 87조8160억원) 늘었다.

정부효율부는 올 1월 출범 이후 2만9000여건의 감축 조치를 단행해 지난 10월 4일까지 총 2140억달러(약 315조원)를 절감했다고 주장해왔다. 납세자 1명당 1329달러(약 195만원)를 아꼈다는 게 정부효율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이다.

◇“가장 큰 절감 주장 13건 모두 허위”

NYT는 자체 분석 결과 정부효율부의 주장 대부분이 사실과 달랐다고 전했다. 소규모 감축 조치들을 합쳐도 실질적인 예산 절감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효율부가 공개한 ‘취소된 계약 및 보조금’ 목록에서 가장 규모가 큰 13건은 모두 허위였다. 국방부가 정보기술(IT)과 항공기 정비 관련 계약 2건을 해지해 79억달러를 절감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계약들은 여전히 유효했다. 표시된 절감액은 회계상 착시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이 2건의 거짓 항목을 합한 절감 규모는 정부효율부가 절감했다고 주장한 나머지 2만5000건의 총액보다 많았다.

NYT는 정부효율부가 제시한 절감 주요 사례 40개 중 실제와 부합하는 것은 12건뿐이라고 분석했다. 나머지 28건에선 중복 계산, 일정 오류, 분류 오류, 과장 등의 문제가 확인됐다.

◇중복 계산·만료 계약까지 ‘성과’ 포장

NYT에 따르면 정부효율부는 에너지부 보조금 1건을 ‘두 차례’ 폐지한 것으로 기록해 5억달러의 중복 절감 효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미 종료된 계약을 자신들이 끝냈다고 하거나, 코로나19 무료 검사 관련 계약 등 예정대로 만료된 계약을 종료 조치했다고 주장하는 식이었다.

정부효율부가 종료했다는 프로그램 7개는 실제 종료되지 않았고, 이 중 4개는 법원 판결로 부활했다.

용역 계약의 공식적인 ‘상한액’을 낮춰 정부의 지급 가능 한도를 낮추고 실제 지출 예산을 삭감했다고 부풀린 사례도 있었다. 국방부가 CACI라는 회사와 맺은 10년짜리 IT 계약의 지출 상한을 57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줄였을 뿐, 실제 절감한 예산은 없었다. CACI는 이 계약을 통해 실제로 받을 돈을 2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삭감은 해외원조·소기업 타격

정부효율부가 실제 삭감한 항목은 해외 원조 수혜자와 미국 소기업들, 지역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정부효율부는 국제개발처(USAID)의 대부분 계약과 보조금을 삭감하고 직원 대부분을 해고했다. 그 결과 플랜 인터내셔널 USA에 지급되던 13개 보조금 사업이 끝났다. 에티오피아 식량 원조, 네팔에서 조혼과 강제 결혼을 막기 위해 소녀들을 중학교에 다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이 갑작스럽게 종료됐다. ‘영수증 게시판’에 오른 절감액은 1170만달러에 불과했다.

정부 계약 추적 회사 ‘펄스 오브 거브콘’의 리사 셰이 먼트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건 작은 숫자들”이라고 말했다.

반면 연방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메디케어(고령자 의료지원)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등 의료 프로그램, 사회보장제도, 연방 부채 이자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투명성” 약속 뒤집고 불투명 운영

머스크는 정부효율부가 ‘정부 역사상 가장 투명한 조직’이 될 것이며, 기술업계의 정밀함을 정부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활동은 불투명했다. 오류와 정보 삭제, 민간기업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회계 처리 등의 문제들로 점철됐다는 게 NYT의 비판이다.

정부효율부가 성과를 기록하던 ‘영수증 게시판’은 지난 10월 4일 이후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공식 활동 종료 시한은 2026년 7월이지만, 사실상 해산된 상태다. 인사관리처(OPM)는 지난달 언론에 정부효율부의 활동 종료를 공식 확인했다.

지난 5월 정부효율부를 떠난 머스크는 이달 전 대변인 케이티 밀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효율부가 지출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면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신 내 회사 일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22일 기후 운동 단체 ‘익스팅션 리벨리온’ 회원들이 뉴욕시 테슬라 전시장 외벽에 정부효율부(DOGE)를 비판하는 문구를 스프레이로 그려 넣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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