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연준 의장, 누가되든 ‘내부 분열 단속’ 최대 과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4일, 오후 02:51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차기 의장 지명이 내년 초 예정된 가운데 ‘심화된 내부 분열 단속’이 차기 연준 의장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23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는 올 한해 지속된 연준 내부 분열이 202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차기 연준 의장의 합의 도출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내다봤다.

도이체방크의 매튜 루제티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분열된 연준 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 올해 세차례 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고용 시장이 약세를 보일 경우 새 연준 의장은 합의를 끌어내는 데 훨씬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헌팅턴은행의 이언 와이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환경에서는 고양이들을 몰아가는 것처럼 합의를 구축하는 일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차기 의장의 견해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주요 의견과 크게 어긋난다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한 관세 정책, 이민 억제를 위한 국경 봉쇄 등 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따라 내놓은 정책들이 경제, 인플레이션,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위해 연준은 상당 기간 관망하는 입장을 취해야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공개 비난하며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시도하고,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을 문제 삼는 등 연준을 뒤흔들면서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를 초래했다. 그는 이날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시장이 잘 돌아가고 있을 때 새 연준 의장은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결코 연준 의장이 될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그러는 동안 연준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란 두 목표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이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보기 드문 수준으로, 이는 연준 내부에서 수년간 보지 못했던 분열을 초래했다. 고용에 초점을 맞춘 이들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인플레이션에 집중하는 이들은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미 역사상 최장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으로 인한 경제 지표 공백도 혼란을 더했다.

이달 들어 연준 내부의 균열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연준은 이달 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3.75∼4.00%에서 연 3.50∼3.75%로 내려 3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3명의 반대표가 나오는 등 내부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금리 동결을 선호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스티브 마이런 이사는 0.25%포인트가 아닌 50%포인트라는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내년 FOMC 투표권을 갖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등은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연준이 제시한 점도표는 2026년 한 차례 25%포인트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보다는 다소 완화적인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몇 달간 변동성 있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올 수 있지만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추가 금리 인하의 문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2026년 초 예상보다 큰 세금 환급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높은 물가 지표가 나올 수 있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윌머 스티스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차기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려 할 경우 위원회 내부 반대가 커지면서 내년에도 분열과 더 많은 반대 의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하 요구를 지속하겠으나 파월 의장의 5월 사임 전까지는 한 차례 정도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연간 전체로 보면 새 의장이 취임한 이후 몇 차례 더 인하가 있을 수 있다”면서 “과거보다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치적 압력에 더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 금리 인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이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에 올라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