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AFP)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새 평화안은 기존의 비무장지대 구상을 확대해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지역뿐 아니라 러시아가 통제 중인 지역 가운데서도 러시아군이 병력을 철수하는 구간을 포함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비무장지대의 정확한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에서는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뱐스크가 포함될 수 있는데, 이 두 도시는 우크라이나가 동부에서 유지하고 있는 최후의 주요 방어선에 해당한다. 비무장지대 내부에서는 국제군이 관리하는 완충지대가 양측을 분리하게 된다.
그는 “병력 철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직접 협의가 전제돼야 하며, 최종 합의안은 우크라이나 전 국민 투표에 부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이 제안에 대한 러시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안을 러시아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가장 강경한 요구들이 평화 협상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적 장악을 최우선 목표로 고수하고 있으며, 협상 테이블이든 전장에서든 이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새 제안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낙관론을 내비쳤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가 협상을 방해한다면 “심각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평화적 해결에 반대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만약 모든 것을 가로막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대규모 무기 지원을 하고 가능한 모든 제재를 러시아에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비무장지대 후보 지역을 “자유경제지대”로 규정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 친화적 사고와 전선 인근에 매장된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에 관심을 보이는 미국 기업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남부 자포리자 지역 전선 인근에 위치한 러시아 점령 원전 주변에도 자유경제지대를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전은 2022년 이후 가동이 중단됐지만, 유럽 최대 규모로 최대 6GW의 발전 능력을 갖추고 있어 경제적 잠재력이 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원전의 통제권과 수익을 공동으로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 제안에서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작 형태로 원전을 운영하는 방안이 담겼는데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평화안에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신규 투자 펀드를 조성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1000억 달러, 유럽도 비슷한 규모를 출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재원 조달 방식과 유럽 국가들의 동의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최종 목표는 최대 8000억 달러의 재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안보 보장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군을 평시 기준 80만 명 규모로 유지하고 서방이 재정을 지원 △유럽연합(EU) 가입 △유럽의 군사 지원 △미국과의 양자 안보 보장 등이 포함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의 군사 지원이 약 30개국으로 구성된 ‘의지 연합’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지 연합을 통해 공중·지상·해상 방어에 기여하고, 우크라이나 내 유럽군 배치 가능성도 열어뒀는데, 이는 러시아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