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마스가…한화 “핵추진 잠수함 건조할 준비 돼 있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5일, 오전 12:01

[필라델피아=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한미 조선·방산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가운데, 한화그룹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 프리깃(호위)함 건조를 한화와 함께 하겠다고 공식화 한 가운데 ‘마스가’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화필리십야드 4도크에서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핵추진잠수함 도입 시기 단축 및 기술 자립 앞당길 것”

한화는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마스가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함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역량, 인력·시설 투자, 도크 확장 및 라이선스 확보 계획 등을 설명했다.

한화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 역량과 관련해 인력과 시설, 제도적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은 “한화필리조선소는 한국이라는 가장 강력한 동맹국과 함께 핵추진잠수함 공동 생산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미국 해군 소장이자 군 함정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를 역임했던 앤더슨 사장은 한화가 최근 마스가 프로젝트를 위해 전략적으로 영입한 인사다.

그는 “어떤 조선소든 처음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경우 일정 수준의 학습 과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현재 한화필리조선소에서는 인력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한국에서 조선 경험을 축적한 숙련공을 미국으로 파견해 현지 인력 양성과 숙련도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052년까지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을 66척 수준으로 확대 보유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년 안에 40여척을 건조하기 위해선 매년 2척 규모의 생산능력이 필요하다. 한화 필리조선소가 중요한 생산기지로 거론되는 이유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 (사진=한화오션)
다만 한화는 아직 핵추진 잠수함을 만든 경험이 없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앤더슨 사장은 “버지니아급 잠수함의 경우 설계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설계를 기반으로 시간과 노력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며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 건조, 운용 경험, 특히 잠수함 프로그램의 모듈 또는 구성 블록 제작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여 미국 팀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20척 이상 건조된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은 새로운 함정을 처음부터 개발·건조하는 것과 달리 제한된 기간 내에 캐치업 (Catch-Up)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은 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 하에 이뤄질 점을 강조했다. 앤더슨 사장은 “해군 원자로국(Naval Reactors)과 같은 미국 정부 기관이 핵추진 잠수함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건조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연료 취급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이 나왔다. 앤더슨 사장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원자로 구획은 미국 정부가 제공하며,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엄격한 통제와 절차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필라델피아 조선소 역시 현재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다른 조선소들과 동일한 기준과 규정을 준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핵추진 잠수함 건조의 구체적인 시점과 물량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이는 결국 양국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나갈지에 달려 있다”며 “한화는 신속하게 움직일 준비가 돼 있으며, 정부가 어떤 필요와 일정에 대해 결정을 내리든 이에 맞춰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진은 핵추진 잠수함 산업 전반에 대한 준비 상황과 미국 내 산업 기반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설명했지만, 한국 핵추진 잠수함의 국내 건조 여부나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사안을 두고 한미 양측의 시각에는 온도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을 국내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상황이다.

알렉스 웡 한화오션 글로벌 최고전략 책임자 (사진=한화오션)
◇“한미 가능한 신속하게 마스가 집행 의지 갖고 있어”

백악관 국가안보부 수석부보좌관 출신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외교, 안보 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알렉스 웡 한화오션 글로벌 최고전략 책임자는 “미국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이 현재 존재하는 해양 전력 가운데 가장 전략적으로 우월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중심으로 핵추진 잠수함 산업 기반을 확대·강화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마스가 프로젝트와 연계된 1500억달러 규모의 자금과 관련해서도 아직은 논의 단계라는 설명이 나왔다. 웡 CSO는 “합의와 이를 공식화한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불과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현재도 자금의 세부 구조와 운용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워싱턴 양측 모두 해당 자금을 합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집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필리조선소의 물리적 확장 계획도 병행 추진되고 있다.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장은 “현재 도크 5번을 2028년까지 재가동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추가 도크나 부지 인수와 관련해서는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해군 함정 건조를 위한 라이선스 확보와 관련해서는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는 “한화필리조선소를 상선과 군용 선박을 함께 건조할 수 있는 ‘듀얼 유즈(dual-use)’ 조선소로 운영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며 “필요한 미국 정부 승인과 인허가, 인증 절차는 관계 기관과 협력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 최종안에서 한국 조선사 관련 문구가 제외된 것과 관련해 웡 CSO는 “미국의 입법 절차에서는 최종 법안에 무엇이 포함됐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문구가 최종안에 포함되기까지는 수백 개의 제안이 논의되며, 제안됐다가 최종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정책 방향이나 의지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웡 CSO는 또 “문제가 된 조항은 실질적인 권한이나 조치를 규정한 내용이라기보다는, 한국과의 조선 협력에 대해 국방부나 관계 기관에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른바 ‘리포트 문구(report language)’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미 동맹국 간 조선 협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 굳이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다시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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