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블루웨일 그로스펀드의 스티븐 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5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AI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그동안 제품은 있지만 사업 모델이 없는 회사,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회사, AI 관련 지출의 수혜를 받는 회사 등을 구분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올해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누가 돈을 쓰고 누가 돈을 버는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분기 기술주는 뉴욕시장에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순환 거래, 채권 발행, 고평가된 기업가치 등은 AI 거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킨 탓이다. 그러나 내년부턴 AI 투자가 단일 테마가 아닌 여러 갈래로 쪼개질 것이라고 유 CIO는 내다봤다. 시장 참여자들이 단순한 ‘AI 테마 쓸어담기’에서 벗어나 실적이 가시화하는지 등 수익 구조를 꼼꼼히 따지는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란 얘기다.
그는 “지금까지는 모든 기업이 이익을 보는 것처럼 보였지만 AI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다른 유형의 기업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시장에선 이러한 작업(구분)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는 AI 투자가 어떻게 진화할지 보여주는 초기 징후일 수 있다”고 짚었다.
유 CIO는 AI 관련 기업군을 △비상장·스타트업 △상장된 AI 지출 기업(AI 스펜더) △AI 인프라 기업 등 세 부류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에는 오픈AI, 앤스로픽 같은 회사들이 포함됐다. 피치북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1~3분기에만 벤처캐피털로부터 1765억달러를 끌어모았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들은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AI 인프라 공급업체들에 거액의 ‘수표를 써주는’ 기업들로 분류된다. 유 CIO는 기업이 설비투자 이후 얼마의 현금을 창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 수익률을 주가와 비교해 밸류에이션의 타당성을 따져본 결과 “소위 ‘매그니피시언트 7’ 대부분이 AI 투자가 본격화한 이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 CIO는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지만 밸류에이션을 볼 때 AI 지출 기업 쪽에 포지셔닝하고 싶지는 않다”며 ‘AI 지출의 수혜를 받는 쪽’, 즉 인프라 기업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I 거품, 일부 섹터에 집중…투자 차별화 중요”
바클레이즈의 주리앙 라파르그 프라이빗뱅크·자산관리 수석시장전략가는 “AI 시장 거품은 전체 시장이 아니라 특정 부문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랠리의 자금을 받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들은 더 큰 위험에 놓여 있다며 일부 양자 컴퓨팅 관련 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투자자 포지셔닝은 가시적인 결과보다 낙관론에 더 많이 의존하는 모습”이라며 앞으론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사업 모델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CNBC는 부연했다. 한때 자산을 거의 보유하지 않던 기업들도 공격적인 AI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기술, 전력, 토지 등을 대규모 확보하며 점점 더 자산 집약적인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메타, 구글 등과 같은 회사들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센터, AI 기반 제품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하이퍼스케일러로 변모했다.
슈로더스의 멀티에셋 배당 책임자인 도리안 캐럴은 “이러한 기업들을 소프트웨어 회사나 자본 지출이 적은 기업처럼 평가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이 여전히 AI 투자 재원 조달 방식을 모색 중인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전략이 작동하지 않거나 앞으로 몇 년 안에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높은 성장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황에서 과연 그렇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지불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부채조달 확대·마진 압박…내년 ‘AI 투자 체력’ 시험대
올해 기술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회사채 시장을 적극 활용한 탓에 과도한 차입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도 대폭 높아진 상태다.
퀼터 체비엇의 글로벌 기술 리서치 총괄이자 투자전략가인 벤 배링저는 메타와 아마존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차입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현금 보유 비중이 높다”며 “재무 여력이 상대적으로 빠듯한 기업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캐럴은 내년 사모대출 시장의 움직임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인프라와 관련 자산에 대한 자금 수요가 커진 만큼, 공모채뿐 아니라 비공개 시장 자금 조달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CIO는 추가적인 AI 매출 증가가 비용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기업들의 마진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하드웨어와 인프라 자산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가상각되면서 기업 간 실적 격차도 더 벌어질 수 있다며 “AI 지출 기업들은 이런 요인을 투자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