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핸드백·부츠·소파 가격 줄인상…트럼프 관세 직격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6일, 오후 01:5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및 공급망 차질로 올해 부츠, 핸드백, 가구 등 가죽제품 가격이 급등했다. 업계는 가격 안정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AFP)
2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예일대 예산 연구소는 미국 내 가죽제품 가격이 향후 1~2년 동안 평균 21.8%, 5~10년 동안엔 평균 6.7% 각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연구소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10개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연구소는 “가죽 제품은 미국 자체 생산량보다 수입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병목, 중국, 베트남, 이탈리아, 인도 등 주요 수입국에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며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가죽 무역수지는 제조업 중에서도 가장 큰 적자를 보이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은 가죽의류를 13억 7000만달러어치 수입했다. 이는 수출액(9270만달러)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은 미국 수입 가죽제품의 약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매장에 진열되는 제품들은 지난해보다 비싼 원피(原皮), 비싼 해외 가공, 높은 해상운임을 거쳐 생산된 상품들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죽 제품들은 미국산 원피를 사용한 경우에도 대부분 해외에서 가공을 거친 뒤 완제품 형태로 다시 미국에 반입된다. 원피 가공은 주로 중국에서, 재단·봉제·조립은 대개 중국, 베트남, 멕시코, 인도에서 진행된다.

이 같은 글로벌 분업 구조는 그동안 원가 절감을 이끌었지만, 관세 부과 이후엔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탈(脫)중국 러시가 벌어지며 캄보디아·방글라데시에서 병목 현상이, 베트남에서는 납기 지연이 심화했다. 인도는 지난 8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다는 이유로 25% 추가 관세가 부과돼 최종 관세율이 50%로 높아졌다.

관세 부과 전 쌓아뒀던 재고가 소진되면서 올 여름 무렵부터는 거의 모든 업체가 원피, 무두질, 조립, 재수입 단계마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기업들은 그동안 일부 비용 상승분을 자체 흡수해왔지만 점차 여력이 줄고 있다. 내년엔 가격 인상이 복격화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미국 피혁협회의 케리 브로자냐 회장은 “관세가 시행되고 나서 모든 게 멈췄다. 중국산 수입 물량을 받을 수가 없게 됐다. 가격에 관세를 반영하면 판매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미국 서부 스타일 부츠로 유명한 트위스티드 엑스의 경우 현재 전체 제품의 절반 가량을 중국에서 가공한다. 이 때문에 공급망 조정과 생산기지 이전에도 가격을 1~3% 인상해야 했다. 또다른 신발 브랜드 스티브 매든 역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고 CNBC는 전했다.

명품 업체드로 예외 없다. 코치와 케이트 스페이드를 소유한 태피스트리는 지난 8월 투자자들에게 관세 관련 비용이 총 1억 6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예상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샤넬의 클래식 플랩백 가격은 지난해보다 5%가량 더 비싸졌다.

미국 내 생산 감소도 부담이다. 미국 피혁협회에 따르면 1950년대에는 미 전역에 약 1000곳의 무두질 공장에서 30만명 이상이 종사했으나, 현재는 공장 수가 수백곳에 불과하고 종사자 수도 약 5만명으로 줄었다.

원재료인 소가죽마저 부족해졌다. 가뭄, 사료비 상승, 가축 도축 증가로 미국의 소 사육두수는 195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합성가죽으로 대체하려 해도 이 역시 대부분이 아시아산이라서 가격 상승에서 자유롭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통해 미국 제조업 부활을 노리고 있지만, 기업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다른 해외공급처로 이동하고 있다”며 “가격 안정화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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