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복한 케데헌, 법정에 선 뉴진스" K팝 조명한 NYT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6일, 오후 05:1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올 한해 K-팝은 상반된 두 얼굴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글로벌 차트를 석권하며 K-팝의 위상을 입증한 반면, 가장 혁신적인 그룹으로 꼽히던 뉴진스는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와 걸그룹 뉴진스(사진=넷플릭스, 뉴스1)
뉴욕타임스(NYT)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 담당 기자 중 한 명이자 대중음악 비평가인 존 카라마니카 기자는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 (사진=넷플릭스)
카라마니카 기자에 따르면 케데헌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된 영화가 됐다. 영화 속 걸그룹 헌트릭스의 ‘골든(Golden)’은 핫100 차트 8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026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노래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하지만 K-팝 산업의 진짜 시험대는 법정에서 벌어졌다. 뉴진스는 소속사 어도어(하이브(352820)의 자회사)를 상대로 계약 해지를 시도했다. 직장 내 적대 행위와 창작 방해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 10월 대한민국 법원은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지난달 두 멤버가 복귀했고 나머지 세 멤버도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그룹 전체 활동 재개 소식은 아직 없다.

카라마니카는 이 분쟁이 K-팝 산업의 근본적 긴장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이 주도하는 하향식 시스템과 예술적 혁신 사이의 충돌이다. 뉴진스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부드럽고 정교한 음악으로 K-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뉴진스 창작을 총괄하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과 법적 분쟁으로 1년간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다.

그는 이 사건이 K-팝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봤다. 산업이 미학과 혁신을 중시할지, 아니면 규모와 통제만을 추구할지 보여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룹 뉴진스(왼쪽부터 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가 지난 3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어도어 측이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첫 심문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K-팝은 글로벌화를 모색 중이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만든 캣츠아이는 여러 국가 출신 멤버로 구성됐다. 주로 영어로 노래한다. K-팝 형식을 따르면서도 자유분방한 무대를 선보인다.

K-팝 스타들의 크로스오버 협업도 활발하다.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Apt.)’는 2024년 말 발매됐지만 올해까지 차트를 지배했다. 지수와 제인, 제이홉과 돈 톨리버·퍼렐 윌리엄스, 제이홉과 글로릴라·세븐틴·핑크팬서레스, 제니와 도이치 등 장르를 넘나드는 협업이 이어졌다. 애플TV는 스파이스 걸스, 보이즈 투 맨 등 팝스타와 K-팝 그룹이 협업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케이팝드’를 선보였다.

카라마니카는 주류 K-팝이 창의성 정체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 키즈, 트와이스, 엔하이픈, 세븐틴 등은 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음악적 틀은 반복적이라는 평가다. 레드벨벳 웬디의 솔로 EP ‘서룰리언 버지’가 밝은 80년대 팝으로 예외적 호평을 받았다.

그는 대기업 시스템 밖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에피, 더 딥, 킴제이 등 젊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하이퍼팝 프로덕션으로 도발적인 음악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K-팝의 화려함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완전히 새롭고 현대적인 사운드를 구축했다.

카라마니카는 K-팝 산업이 내부 피로와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면, 이미 자신이 낳은 새로운 사운드에 의해 전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은 K-팝이 산업과 예술 사이에서 정체성을 재정의해야 하는 전환점이 됐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지난 10월 18일 영국 런던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인 사람들이 K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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