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미국이 주도하는 20개 항의 평화 프레임워크 초안은 약 90% 완성 단계에 있으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안보 보장 협정도 “거의 준비가 끝난 상태”다. 다만 합의문 서명 여부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결과에 달려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영토 문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 군의 돈바스 전면 철수를 포함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만약 영토 양보 문제에서 미국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가 60일간 휴전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평화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거의 4년에 걸친 전쟁에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동부 도네츠크 지역을 포함해 루한스크를 아우르는 돈바스 전역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현재의 교전선을 기준으로 전투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절충안으로 우크라이나가 해당 지역을 떠날 경우 자유경제구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제시되지 않았다.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역시 핵심 쟁점이다. 유럽 최대 규모인 이 원전은 현재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으며, 전선 인근에 위치해 안전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방미가 평화안 초안과 경제 관련 잠재적 합의를 “정교화(refine)”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합의에 열려 있지만, 이번 방문에서 서명이 이뤄질지 여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과거 동맹국들의 안보 보장이 충분히 이행되지 않았던 경험을 언급하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강력한 안보 보장 체결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유럽 정상들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이 온라인으로 협상에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앞서 핀란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평화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측 인사들이 미국과 평화 제안 관련 접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 발언이 협상을 해칠 수 있다”며 언급을 피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일부 지역 교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대가로 돈바스 전역 통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전투는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와 남부 오데사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으며, 이날 북동부 하르키우에서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대한 추가 압박 필요성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