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독주에 액티브 펀드 1조달러 이탈…11년째 자금유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8일, 오전 05:3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올해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소수 빅테크 주식에만 수익이 몰리면서 전문가가 종목을 골라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에서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액티브 주식형 뮤추얼 펀드 자금 유출입 추이 (단위: 달러, 자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미국투자회사협회, 그래픽=블룸버그통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27일(현지시간) 미국투자회사협회(ICI)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액티브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서 약 1조달러(약 1445조원)가 빠져나갔다. 11년 연속 순유출이면서 가장 큰 유출 규모다.

반대로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에는 6000억달러 이상이 몰렸다. 전문가가 직접 종목을 고르는 펀드보다 그냥 시장 전체를 담는 상품이 훨씬 나은 성과를 냈다는 의미다.

올해 미국 액티브 펀드의 73%가 시장 평균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7년 이후 네 번째로 높은 실패율이다.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의 데이브 마자 최고경영자(CEO)는 “소수 종목에 수익이 집중되면서 액티브 매니저들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알파벳·아마존·메타·테슬라)을 시장 평균만큼 담지 않으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P500 지수가 이번 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그 상승분 대부분은 이들 7개 빅테크 기업에서 나왔다. BNY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부분의 날에 시장과 함께 오른 주식은 전체의 20%도 안 됐다.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표로 시장이 흔들렸다가 회복한 이후 이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빅테크 기업들의 독주를 더욱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디멘셔널 펀드 어드바이저스의 140억달러 규모 해외 소형 가치주 펀드는 올해 50%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S&P500과 나스닥100도 앞질렀다. 이 펀드는 미국이 아닌 해외 기업 1800여개에 분산 투자하며, 금융·산업재·원자재 기업 비중을 높게 가져갔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오스만 알리 계량 투자 전략 글로벌 공동 책임자는 “빅테크 외에도 기회는 있다”며 “냉정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높은 성과를 낸 대형주 주식형 뮤추얼펀드 비율 추이 (단위: %, 자료: 블룸버그통신)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