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변부' 딱지 뗀다" 완전히 달라진 이탈리아·스페인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8일, 오전 06: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 프리미엄이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정 건전성 개선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끌어올린 결과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의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 추이 (단위: %포인트, 자료: 런던증권거래소그룹 LSEG, 그래픽=FT)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의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 이달 0.7%포인트 이내로 축소됐다고 보도했다. 2009년 말 이후 최저치다. 스페인의 스프레드는 0.5%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졌다. 2009년 유로존 위기 이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스프레드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독일 국채 대비 추가 금리를 의미한다. 해당 국가에 대한 대출 위험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재정 개선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알레스 쿠트니 국제금리 담당 책임자는 “과거 ‘주변부’로 불렸던 이들 국가가 프랑스, 벨기에 등 이전에 더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국가들과 융합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2025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형 선진국이 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스페인의 GDP 성장률을 2.9%로 예측했다. 이민 유입, 관광 산업, 낮은 에너지 비용, EU 기금 등이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재정적자가 202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2%에서 2025년 2.5%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수 증가가 동반되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는 최소 2027년까지 GDP 성장률이 1% 미만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우파 정부가 강력한 재정긴축 의지를 보이면서 투자자 신뢰를 얻고 있다.

이탈리아는 2023년 7.2%였던 재정적자를 2025년 3%로 줄일 계획이다. 탈세 단속 강화로 세수가 증가한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반면 프랑스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정치 불안으로 차입 비용이 스페인을 넘어섰다. 신용평가사들은 프랑스의 GDP 대비 부채가 향후 몇 년 내 12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독일도 1조유로(약 1700조원) 규모 지출 확대를 발표하면서 시장의 재평가를 받고 있다.

신용평가사 KBRA의 켄 이건 유럽 국가 신용 담당 이사는 “남북 유럽으로 나뉜 두 유럽의 이야기”라며 “남유럽은 만성 적자에서 결정적으로 벗어났지만, 프랑스 등은 고령화 비용과 과중한 지출로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제임스 맥알레비 글로벌 종합 담당 책임자는 “이탈리아·스페인 국채가 매우 다른 체제로 진입하고 있다”며 “중앙은행 준비자산 관리자들도 외환보유고 투자 시 이들 국가 채권을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가드는 내년 이탈리아 스프레드가 독일 대비 0.5~0.6%포인트, 스페인이 0.3~0.4%포인트로 더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페인·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의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 추이 (단위: %포인트, 자료: 런던증권거래소그룹 LSEG, 그래픽=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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