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10년…기시다 "오늘날 한일 관계 토대 마련"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8일, 오후 03:0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일 위안부 합의가 28일 1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합의 당시 외무상으로 관여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가 합의의 정당성과 지속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늘날 한일 실리 외교가 위안부 합의 위에서 이어지고 있다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사진=AFP)
◇기시다 “위안부 합의, 세계가 인정…오늘날 한일관계 토대”

기시다 전 총리는 이날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가 현재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라는 지적에 “이재명 현 정부도 10년 전의 위안부 합의를 존중하고 있다”며 “양국 정부가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하며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현금 지급 등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한일 관계도 이 토대 위에서 전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위안부 문제는 오랫동안 한일 관계에 큰 걸림돌이었다. 한국 측은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온 반면, 일본 측은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 큰 간극이 존재했다.

돌파구가 마련된 건 2015년 말이었다. 당시 일본 외무상이었던 기시다 전 총리와 한국 윤병세 외교장관은 한국 정부가 위안부를 지원하는 재단을 새로 설립하고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양측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는 점을 상호 확인했다.

이후 한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검토를 거쳐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한 화해치유재단을 2018년 해산하기로 결정했으며, 합의 자체에 대한 파기나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실상 백지 상태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시다 전 총리는 합의 당시를 떠올리며 수십개 국가들로부터 합의에 대한 평가 메시지가 일본에 전달됐으며, 한동안 각국과의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합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높이 평가한 합의였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또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외교·역사 갈등과 관련해선 “합의에 기초해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특히 2021년 10월 총리 취임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힘썼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는 재임 중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언급하며 “한일 정상들이 큰 결단을 내려 셔틀 외교 재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한일 사이에서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축적(한 외교 성과)를 결코 잊어선 안된다”며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그때그때 정부와 외교 관계자들이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또 “이웃 나라나 역사와 관련된 문제는 앞에서 날아오는 탄환보다 뒤에서 날아오는 탄환이 더 가혹하다”며 “국민 평화와 번영을 위한다는 신념을 갖고 외교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를 내면 국민도 반드시 이해해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닛케이 “실리 외교 10년, 다카이치-李 안정적 정착 책임”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도 이날 한일 위안부 합의 10주년 관련 논평을 내고 “위안부 합의 당시 양국은 실리를 중시하는 관계를 지향했다. 이러한 기조는 이후 10년 동안 우여곡절 속에서 점차 뿌리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2023년 기시다 전 총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강제징용 피해자 해결책에 합의한 이후 한일은 실리를 중시하는 외교를 재개했다. 다카이치 총리와 한국의 이 대통령은 이러한 기조를 이어 받아 안정적인 한일 관계를 정착시킬 책임이 있다”고 촉구했다.

신문은 “현재 양국 정부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자세가 엿보인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10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보류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전까지는 신사 참배를 거르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이웃나라 특성상 입장이 다른 여러 현안이 있지만,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위안부 합의 10주년과 관련해 “양국 정부가 합의에 따라 일을 진행해 나가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하나하나 남아 있는 과제를 해결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한국 쪽도 발을 맞추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역사 문제와 관련해 역대 정권의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국가 간 관계에는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와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엔 일본에 대한 강경한 어조를 유지했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엔 ‘반일’ 언행을 자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닛케이는 “안보 분야에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군사 활동도 한일 양국의 공통 과제가 되고 있으며,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양국 정상은 내년 1월 중순 정상회담을 조율 중으로 ‘셔틀 외교’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한일 모두 정권이 바뀌어도 냉정한 대응을 유지하자는 방향은 공유되고 있다. 양국 정상이 현실 노선을 지켜 나간다면 실리를 중시하는 위안부 합의 정신은 정착될 것”이라면서도 “독도 문제는 여전히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인 불씨로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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