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LNG 수출기지 6곳의 연간 생산 능력을 모두 합치면 약 6090만톤에 이른다. 이는 종전 최대치였던 2014년(4310만 톤)보다 1.5배 증가한 규모다.
투자가 전혀 없었던 지난해와 대비되는 흐름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에너지 정책을 뒤집은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환경 규제를 앞세운 조 바이든 전 정부 시절엔 신규 건설 심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 전환을 사업 영역 확대 기회로 간주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엑슨모빌은 전 세계 LNG 수요가 205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출 물량도 늘고 있다. 영국 LSEG에 따르면 올해 11월 미국의 LNG 수출량은 1067만톤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내 8번째 수출기지인 ‘플라크민스 LNG’가 루이지애나주에서 본격 가동을 시작한 영향이 컸다.
내년 초에는 엑슨모빌과 카타르 기업이 약 100억달러를 투입한 텍사스주 남동부 ‘골든패스 LNG’도 가동에 들어간다. 미국 내 9번째 수출 거점이 되는 시설로 연간 약 1800만톤의 LNG를 수출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LNG를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수출 확대 및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로부터의 모든 에너지 구매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 러시아산 에너지 대신 미국산 LNG 수입을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관세 협상에서 동맹국들에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EU는 미국산 에너지를 연간 2500억달러 규모로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은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요구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막대한 투자 부담 때문에 그동안 기피돼 개발이 미뤄져 왔다.
미국은 2000년대 후반 셰일가스 혁명을 계기로 2010년대 이후 LNG 수출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에너지 수출국이 됐다. 2023년에는 호주와 카타르를 제치고 LNG 수출량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전망에 따르면 2029년까지 수출량은 현재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너무 빠른 속도로 LNG 기지가 건설돼 일각에선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세계에서 최종 투자 결정이 내려진 LNG 생산 능력은 약 7070만톤으로, 이 가운데 85%를 미국이 차지했다. 또한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에 따르면 당국의 개발 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최종 투자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LNG 기지 프로젝트도 멕시코만 연안을 중심으로 9곳 더 남아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제이미 웹스터는 “2028년부터 늦어도 2030년에는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LSEG 역시 2030년 전 세계 LNG 공급 능력이 5억 9300만톤에 달해 수요를 15% 가량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우려는 일부 LNG 기지 개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에너지 트랜스퍼는 지난 18일 루이지애나주의 ‘레이크찰스 LNG’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미국 셰브론과 일본 규슈전력이 LNG를 조달하기로 계약을 맺었었다.
미 에너지 전문 매체 ‘에너지 인텔리전스’는 “LNG 기지 공사가 거의 모두 멕시코만 연안에 집중되며 숙련 기술자 부족과 인건비 급등 문제가 발생했다”며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닛케이는 공급 과잉 우려와 개발 비용 상승으로 투자 결정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