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경기 우려에…“美기업, 내년에도 채용 문 닫을듯”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8일, 오후 07:2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주요 기업들이 내년에도 채용에 소극적일 것이란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경기 우려와 함께 인공지능(AI) 도입이 기업들의 채용 회피 배경으로 지목된다.

사진=AFP
WSJ가 인용한 구인구직 사이트 인디드의 구인 공고·경제 성장률 추정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실업률은 약 4.6%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로라 울리히 인디드 경제연구 책임자는 “내년에도 상황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엔터테인먼트처럼 비교적 고임금 분야가 신규 채용에 가장 취약한 반면 의료와 건설 분야는 구인 공고가 견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화이트칼라 고용이 위축됐지만 내년에 경제가 성장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일부 고용주들이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총생산(GDP)이 성장하는데 채용도 해고도 적은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다”며 “언젠가는 무언가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수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기업들도 있다. 쇼피파이의 제프 호프마이스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회사의 채용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내년에 인원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미 2년 넘게 같은 인력 규모를 유지해왔고, 내년에도 인원 관리에서 규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예일대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설문에 응한 경영진의 66%는 내년에 인력을 줄이거나 현재 팀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힌 이는 3분의 1에 그쳤다.

인력파견업체 켈리 서비스의 크리스 레이든 CEO는 “많은 기업들이 관망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람보다는 자본에 대한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채용을 주저하기 시작한 건 몇 달 전부터다. 실업률은 11월에 4.6%로 올라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동안 미국은 의료·교육 분야 등에서 일자리를 늘렸지만, 화이트칼라 노동시장이 경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아마존, 버라이즌, 타깃 등 주요 기업들이 화이트칼라 직무를 줄이면서 근로자들의 불안도 커졌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이사는 예일대 CEO 서밋에서 “현재 고용 성장률은 ‘0’에 가깝다. 이는 건강한 노동시장이 아니다”라며 “전국의 CEO들을 만나보면 모두 ‘AI가 어떤 일을 대체할지, 어떤 일을 대체하지 못할지 파악할 때까지 채용하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 중단이 일시적일 수는 있지만, 현재 분위기는 기업들이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찰리 샤프 웰스파고 CEO 역시 이달 은행이 내년으로 갈수록 인력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웰스파고의 직원 수는 비용 절감과 구조 개편 속에 2019년 약 27만 5000명에서 현재 약 21만 명으로 줄었다.

샤프 CEO는 AI가 인력 규모에 미칠 영향이 “극히 중대할 것”이라면서도 그 파급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은 경영진이 AI가 고용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두려워해왔다고도 말했다. 그는 “미래에는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라면서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일을 훨씬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서 많은 직원들은 이직을 꺼리는 분위기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직원 이탈률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IBM의 이직률은 현재 2% 미만으로 통상적인 7% 대비 크게 낮아졌다. 크리슈나 CEO는 “사람들이 직장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며 “그 결과 이직이 줄어들고 채용도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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