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틈타 일자리 꿰차는 AI…美 CEO 66% “내년 채용 계획 없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9일, 오후 06:1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기업들이 세밑 내년도 경영계획을 공개하고 있지만 채용 확대는 사실상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 대기업들이 인력 규모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줄이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AI 발 고용 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란 예상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채용 계획 세운 경영진, 3분의 1에 그쳐

WSJ에 따르면 구인·구직 사이트 인디드(Indeed)의 자료를 인용해 내년 미국의 채용 증가 폭이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와 핀테크 기업 차임 파이낸셜(Chime Financial) 등도 내년 직원 수를 사실상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인디드의 경제연구 책임자인 로라 울리치는 “내년 실업률이 4.6% 안팎에서 정체할 것이다.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엔터테인먼트 등 고임금 산업에서 신규 채용이 특히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울리치는 “다만 의료와 건설 분야는 상대적으로 구인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며 “경제가 성장하는 상황에서 채용도 해고도 거의 없는 상태가 오래가기는 어렵다. 어느 시점에서는 고용 흐름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달 뉴욕 맨해튼에서 예일대 경영대학원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CEO) 모임에서 설문에 응한 경영진의 66%는 내년에 인력을 감축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채용 확대 계획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3분의 1에 그쳤다.

채용 위축의 배경에는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AI가 기업 내부의 상당 부분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예일대 행사에서 “일자리 증가가 거의 없는 상태에 가깝다”며 “전국의 최고경영자들은 AI가 어떤 업무를 대체할지 불확실해 채용을 미루고 있다. 현재 기업 분위기는 추가 인력이 필요 없다는 쪽이다”고 말했다. 쇼피파이의 제프 호프마이스터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최근 콘퍼런스에서 “내년에도 인력 규모를 늘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며 “앞으로도 인력 관리에 엄격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사진=AFP)
◇최근 수개월간 사무직 인력 감축

미국 노동시장은 이미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11월 실업률은 4.6%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마존, 버라이즌, 타깃, 유나이티드파슬서비스 등 주요 기업들은 최근 수개월간 사무직 인력을 감축했다. 이 같은 고용 환경 속에서 근로자들의 이직도 급감했다. IBM의 아빈드 크리슈나 CEO는 직원 이탈률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국 내 IBM의 자발적 퇴사율은 2% 미만으로, 통상적인 7%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웰스파고의 찰리 샤프 CEO는 최근 “내년으로 갈수록 인력 규모가 더 줄어들 것이다”고 했다. 비용 절감과 조직개편으로 웰스파고의 직원 수는 2019년 약 27만 5000명에서 현재 약 21만명으로 감소했다. 그는 “많은 경영진이 AI가 고용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두려워해 왔다”며 “AI가 인력 규모에 미칠 영향이 극히 중대하겠지만 그 파급이 본격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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