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앞선 11개월 가운데 10개월 동안 지역 매도세가 이어졌던 인도네시아와 태국 주식시장이 외국인 자금을 다시 끌어들이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세안 지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수보다 약 13%포인트 뒤처졌다. 이는 최근 5년 내 가장 큰 격차로,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이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과 더불어, AI 버블 우려 속에 기술주 비중이 높은 기존 포지션을 줄이고 대안을 찾으려는 자금이 동남아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포트폴리오 전략가 크리스토퍼 웡은 “아세안 시장에는 매우 다른 성장 엔진들이 존재한다”며 “투자자들이 미국과 AI처럼 과도하게 몰린 영역에서 벗어나 익스포저를 넓히려는 전반적 필요성의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등 일부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을 떠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베트남 증시는 10월 FTSE 러셀이 발표한 국가 분류에서 ‘2차 신흥시장’(Secondary Emerging Market)으로 승격돼 추가 수급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시장의 이익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인프라 확충과 가계 수요 진작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일부 국가에서는 통화정책 환경도 우호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의 대표 주가지수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약 12~1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필리핀 대표 지수의 PER은 10배 아래에 머무는 반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2배를 넘는 밸류에이션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 동남아 주요 경제국 가운데 두 곳은 국내 정치 혼란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태국에서는 아누틴 찬위라쿨 총리가 이달 초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2월 8일 총선 실시를 결정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서 AI 투자 테마가 계속해서 투자자들의 선호를 받는다면, 아세안 시장은 부진을 털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관련 성장주 중심의 랠리가 이어질 경우, 구조적으로 관련 종목이 적은 아세안 증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약세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JP모건체이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부담되지 않는(undemanding) 밸류에이션 덕분에 아세안은 가치 투자자들에게 점점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기업 실적 성장세가 반등할 경우 더욱 그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포지션이 지난 3년간의 중간 수준으로만 되돌아가도 동남아 시장 전체적으로 약 200억달러의 추가 자금 유입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