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산업계, 올해 주주들에 7조원 이상 환원할듯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9일, 오후 03:4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 주요 방위산업 기업들이 올해 투자 확대에 힘입어 주주들에게 약 50억달러(약 7조 1700억원)를 환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유럽 방산업체들 역시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한 결과다.

(사진=AFP)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투자분석기관 버티컬리서치파트너스와 지난 10년간의 방산업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유럽 방산업체들의 배당금 지급액은 약 50억달러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유럽 주요 방산업체 8곳(BAE시스템즈·탈레스·다쏘·라인메탈·레오나르도·밥콕·사브·헨솔트)을 비롯해 주주환원 대부분이 배당금 증액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조사됐다. 민항기 비중이 큰 에어버스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규모 배당금 지급에도 유럽 방산업체들은 설비투자 및 자체 연구개발(R&D) 지출 역시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버티컬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 방산 기업들의 평균 투자 수준(매출 대비 설비투자 및 R&D 비율)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 해인 2021년 6.4%에서 올해 7.9%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러시아가 약 4년 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확충하면서 유럽 방산업계 투자가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는 미국 상황과 대비된다. 록히드마틴·제너럴 다이내믹스·노스롭그루먼·RTX·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헌팅턴 잉걸스 등 미국 6대 방산업체들의 주주환원은 2023년 10년래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들 기업의 매출 대비 설비투자·자체 R&D 비율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역시 민수 항공 비중이 큰 보잉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미국에서는 방산업계가 호황기 과실을 무기 생산 확대보다 자사주 매입 등에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의 투자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0월 “미국 방산업체들이 납품에서 심각하게 뒤처져 있다”며 “최대 고객으로서 R&D는 늘리고 자사주 매입은 줄이도록 독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방산업체들에 생산 시설 투자를 늘려 주주 이익을 증대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그는 이번주 플로리다에서 방산업체들과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에선 아직 공론화되지 않은 사안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의 국방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따. 정부의 관여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에이전시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닉 커닝엄은 “방위비가 지금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늘어나면, 국방이 정부에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 되기 때문에 기업이 얼마나 벌고 있는지 정부가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유럽 방산업계가 아직 본격적인 ‘증산 국면’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커닝엄은 애널리스트는 또 “생산 능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큰 돈을 벌면서 자사주 매입에 쓴다면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은 자신들이 투자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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