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세리온은 응급·재해·재난 의료기기 전 에스지테크놀로지를 자회사로 인수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힐세리온은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만큼 내년이 본격적인 성장의 원년이 될 것이다. "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가 글로벌 최초 휴대용 무선 초음파기기 소논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글로벌 최초 휴대용 무선 초음파기기 상용화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힐세리온은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기 전문기업으로 2012년에 설립됐다. 힐세리온은 지난 9월 공식 출범한 정부 기관과 국내외 주요 산학연이 참여하는 피지컬AI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5대 주요 분과 중의 하나인 웰니스테크분과에 선정돼 참여하고 있다.
힐세리온은 2014년 글로벌 최초로 휴대용 무선 초음파기기 소논(SONON)을 상용화했다. 소논에는 힐세리온의 핵심 기술인 빔포밍 관련 브이에스이(VSE)가 적용됐다.
빔포밍이란 신호 처리와 무선 통신 기술 중 하나로 여러 개의 안테나를 사용해 특정 방향으로 전파를 집중시키거나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말한다. 여러 안테나의 신호를 위상과 세기를 조정해 하나의 집중된 빔(beam)처럼 만들어 원하는 방향으로 보낸다. 기존 빔포밍은 빔 1회 투사 시 1차원적인 1개 라인 정보를 확보했다. 힐세리온은 1차원 빔포빙을 2차원 빔포빙으로 확장했다. 빔 1회 투사 시 2차원의 공간 정보를 확보한다.
기존 빔포밍은 1차원 라인을 한 줄로 만든다. 힐세리온은 여러 라인을 만들어서 1차원적인 빔포밍을 2차원적인 빙포밍으로 변경한다. 2차원 공간 정보 확보 기술은 고가의 대형 프리미엄 초음파기기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으로 소형 휴대용 기기에서 적용이 어려워 사용하지 못했다. 힐세리온은 면을 포개서 가상공간을 늘리는 핵심 기술을 통해 소형 초음파에 해당 기술을 적용했다.
소논은 의료진이 현장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초음파 영상을 보며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소논의 가격도 대형 초음파 진단기기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소논 시리즈는 △복부·산부인과 전용 모델 300C △근골격계·혈관 전용 모델 300L △크기와 무게를 30% 이상 줄인 리뉴얼 모델 500L의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소논 시리즈는 현재까지 65개국에서 누적 기준 7000대 이상이 판매됐다.
힐세리온의 경쟁기업으로 필립스와 제너널일렉트릭(GE) 헬스케어 등이 꼽힌다. 필립스의 경우 2016년에 휴대용 초음파기기를 출시했지만 무선이 아닌 유선으로 이뤄졌다. 제너럴일렉트릭 헬스케어는 2022년쯤에 휴대용 무선 초음파기기를 출시했다. 힐세리온이 글로벌 휴대용 무선 초음파기기시장의 선두주자인 셈이다.
힐세리온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성장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힐세리온은 휴대용 초음파기기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닥터 소논(Dr Sonon)을 개발했다. 힐세리온은 지난 3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렸던 북미방사선학회(RNA)에서 닥터 소논을 공개했다.
류정원 대표는 "닥터소논은 기존의 단순한 영상 분석 AI를 넘어선 세계 최초의 초음파 피지컬 AI 사례"라며 "닥터 소논은 AI초음파 어시스턴트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닥터소논은 의료진의 언어를 이해하고 기기를 직접 제어하며 진단 전 과정을 능동적으로 보조한다"며 "이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물리적으로 행동하는 AI 피지컬 AI의 개념을 의료 초음파 영역에 실제 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닥터소논은 초음파 진단의 고질적 문제인 검사자 의존성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닥터소논은 △자연어 음성 인식을 통한 초음파 기기 제어(핸즈프리) △실시간 영상 가이드를 통한 최적의 이미지 획득 지원 △내부와 외부 의료 데이터 자동 탐색 및 분석 △진단 리포트 자동 작성 등으로 구성됐다.
닥터소논 멀티에이전트시스템은 하나의 거대 모델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화된 5가지 에이전트가 협업한다. △의사와 대화하는 CA(Conversational Agent)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가이드하는 RA(Realtime Guide Agent) △기기를 조작하는 DCA(Device Control Agent) △의학 정보를 검색하는 EDA(Exploring DB Agent) △결과를 정리하는 GRA(Generating Report Agent)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의사가 진료라는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기존 의료 AI는 이미 촬영된 영상을 분석해 병변을 찾는 데 그친다"며 "반면,힐세리온의 피지컬 AI는 센서(눈)와 AI(뇌), 액추에이터 및 기기제어(손)가 연결된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닥터 소논처럼 AI가 의사의 음성 명령을 듣고 초음파 기기의 세팅을 직접 조절하거나 로봇 팔이 혈관 위치를 파악해 움직인다"며 "닥터 소논은 현실 세계의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고 상호작용한다는 점이 핵심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 다양한 아날로그 의료기기 AI 전환 추진
힐세리온은 닥터 소논을 시작으로 다양한 아날로그 의료기기의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을 추진한다. 힐세리온은 AI를 휴대용 무선 초음파기기 등 의료기기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우선 힐세리온은 투석과 피부미용에 AI를 적용할 예정이다.
투석과 피부미용시장은 초음파분야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힐세리온은 올해 초 북미 영업 협력사인 글로벌 의료기기 유통사 에이투에이(A2A)와 함께 의료 기업 아틀란티스(Atlantis)가 운영중인 푸에트리코 지역 18개 투석 센터에 휴대용 초음파 공급을 완료했다.
힐세리온은 글로벌 최초로 자동 혈류량 측정 기능(Smart BVF)을 탑재해 신장 투석 시장에 특화된 투석 혈관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힐세리온은 혈류량 측정과 시간별 변화를 인공지능으로 측정해 이상 유무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힐세리온은 지난해부터 보령과 총판 협약을 통해 국내 투석 시장에도 진출했다.
국내 투석 관련 시장은 2023년 기준 2조6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투석센터는 1350개소, 혈액 투석 환자는 13만 4826명에 이른다. 투석은 단일 질환으로 최대 시장 규모로 알려졌다. 글로벌 투석 시장 규모는 2028년 1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류 대표는 “글로벌 투석 시스템의 문제점은 대부분 투석센터에서 혈관 관리가 안된다는 점”이라며 “투석센터와 혈관 외과의 협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휴대용 무선 초음파 기술과 인공지능의 결합을 통해 긴급 의료 및 투석 환경에서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지원할 것”이라며 “북미 시장 진출을 기점으로 글로벌시장으로 공략 대상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힐세리온은 피부미용시장도 적극 공략한다. 초음파기기는 피부에 주사 등을 꽂을 때 혈관을 살피기 위해 활용한다. 소논 500ℓ 제품이 혈관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힐세리온은 투석과 피부미용에 필요한 AI기능을 골라 휴대용 무선 초음파기기에 적용할 예정이다.
힐세리온은 휴대용 무선 초음파기기뿐만 아니라 응급재해재난의료기기에도 생성형 AI적용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힐세리온은 연 매출 100억원대의 응급 및 재해·재난 의료기기 전문기업 에스지테크놀로지(SG테크놀로지)를 자회사로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힐세리온은 SG 테크놀로지가 보유한 혈액 냉장고와 심폐소생술(CPR) 기기 등의 필수 의료기기에 자사의 초음파 센서와 피지컬 AI 기술을 이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기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작동하는 지능형 의료기기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그는 "SG테크놀로지는 응급과 재난 장비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지만 전통적인 제조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힐세리온은 여기에 두뇌를 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혈액 냉장고에 센서와 AI를 부착해 혈액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예지 정비를 하거나 CPR 기기에 환자의 생체 신호를 분석해 압박 강도를 조절하는 AI를 탑재하는 식"이라며 "이는 단순 제조업을 고부가가치 AI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하는 아날로그 의료기기 인공지능 전환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힐세리온은 글로벌 기술 협력도 강화한다. 미국 의료 로봇 기업 오비어스 로보틱스와 협력해 힐세리온의 초음파 기술과 하버드 의과대학과 공동 개발한 초음파 AI 기술을 오비어스 로보틱스의 중심정맥관 삽입(CVC) 로봇에 탑재할 예정이다. 힐세리온은 오비어스 로보틱스와 내년 중반에 세계 최초로 CVC 로봇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는 것을 목표로 임상시험 등을 협력하고 있다. 힐세리온은 자회사 인수 효과 등으로 올해 매출이 1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류 대표는 "힐세리온은 2027년에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도 신청할 예정"이라며 "힐세리온은 자회사 인수와 글로벌 로봇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의료 현장의 아날로그 장비들을 칩 등을 통해 지능형 기기로 진화시키는 글로벌 피지컬 AI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