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 미국 24 대 중국 18"…트럼프 H200 수출이 분수령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30일, 오전 10:3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엔비디아 칩 수출 완화로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주요 AI 전문가 6명에게 양국의 AI 경쟁을 미식축구 경기에 비유해 점수화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현재 ‘미국 24점, 중국 18점’의 하프타임 스코어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챗GPT 등장과 엔비디아의 활약, 수출 통제를 앞세워 경기를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도 딥시크 충격과 화웨이·알리바바의 선전으로 6점 차까지 따라붙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엔비디아가 ‘구형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H200 칩을 중국에 판매하도록 허용했다. 이는 미국 최고 기술의 중국 유입을 막아온 수출 통제를 완화한 것이다.

◇미국 24점 vs 중국 18점…“득점 과정 엇갈려”

WSJ가 제시한 득점 과정을 보면, 미국은 챗GPT로 7점을 먼저 올린 뒤 엔비디아 칩이 클로드·제미나이·그록 등과 연결되며 7점을 추가해 14점이 됐다. 이어 수출 통제로 3점을 더해 17점, 엔비디아의 추가 돌파로 24점을 기록했다.

중국은 딥시크가 열악한 칩으로도 세계적 수준의 챗봇을 구축하며 7점을 따냈다. 화웨이의 꾸준한 발전으로 15점까지 올라섰고,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의 활약으로 18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의 점수 차 평가는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미국 우위” 공통적 평가…“중국도 급부상”

미국에 가장 여유 있는 리드를 제시한 사람은 베스트셀러 ‘칩 전쟁(Chip War)’ 저자 크리스 밀러였다. 그는 미국 24점 대 중국 12점으로 평가하며 “미국은 컴퓨팅 파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AI 상업화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만이 AI를 실제 수익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이유다.

싱가포르 IDC의 AI 연구 책임자 디피카 기리는 21 대 19의 박빙 상황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업을 앞세워 첨단 AI 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도 딥시크 같은 AI 챗봇과 오픈소스 혁신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인스티튜트 포 프로그레스의 사이프 칸 펠로우는 24 대 17, UCLA의 존 비야세뇨르 교수는 24 대 21로 평가했다. 비야세뇨르 교수는 “미국이 계속해서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소폭의 우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커넥티드캐피털 창업자 케빈 쉬는 29 대 25로 근소한 차이를 제시했다. 그는 AI 경쟁을 에너지·인프라·모델·앱·칩과 컴퓨팅의 5개 부문으로 구분한 뒤, 중국이 에너지와 인프라에서, 미국이 나머지에서 우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앤스로픽 국가안보정책 책임자이자 전 바이든 행정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 타룬 차브라는 21 대 14로 평가하며 “미국이 우위를 지키려면 강력한 수출 통제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AI 전문가 6명이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을 미식축구 경기에 비유해 평가한 하프타임 스코어 및 분석 (자료: WSJ)
◇칩 생산능력 40배…하지만 H200 수출로 격차 축소

칩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는 압도적이다. 사이프 칸의 보고서에 따르면, H200은 중국 화웨이의 최고 모델보다 비용 효율성이 16% 높고 성능은 32% 더 강력하다. 화웨이 칩은 제조 병목 현상으로 결함이 많고 공급이 부족해 실제 격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의 칩 생산 능력도 월등하다. 칸의 연구팀은 내년 미국이 최첨단 블랙웰 칩 690만개에 해당하는 컴퓨팅 성능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중국 생산능력의 40배 이상이다.

하지만 중국에 H200 판매를 허용하면 미국의 컴퓨팅 파워 우위는 7배 미만으로 줄어든다.

WSJ는 최신 아키텍처 블랙웰보다 한 세대 이전 기술이 적용된 H200을 ‘전설적이지만 노쇠한 쿼터백’에 빗댔다. 현재 에이스 쿼터백인 최신 블랙웰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여전히 화웨이 최고 성능 모델보다 우수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통제 가능한 선택”

H200 수출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국가안보 강경파들은 구형 칩이라도 중국 자체 생산 칩보다 우수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판매 차단이 오히려 중국의 독자적 AI 생태계 구축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이 계속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면, 딥시크 같은 중국 스타트업이 혁신을 이뤄도 미국이 쉽게 복제할 수 있는 기술에 의존하게 된다는 논리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미국 고객들이 다른 누구보다 훨씬 더 많은 컴퓨팅과 AI 역량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또한 H200을 일부 지표로 블랙웰 성능의 4분의 1에 불과한 거의 구식 제품으로 간주한다.

◇챗봇 순위, 상위권은 美 독식…中은 30위권 내 포진

WSJ는 칩이 공격의 사령관 역할을 하는 쿼터백이라면, 챗봇은 정교하게 이뤄진 패스를 터치다운으로 연결하는 리시버에 해당한다고 비유했다.

글로벌 챗봇 순위 LM아레나(LMArena) 리더보드를 보면, 이달 한때 구글·xAI·앤스로픽·오픈AI 등 미국 4개 기업의 모델이 상위 20개를 모두 휩쓸었다. 하지만 상위 30위권 내 나머지 챗봇은 알리바바·바이두·딥시크 등 중국 기업들로 가득하다.

딥시크는 올해 초 2류 엔비디아 칩으로 세계적 수준의 챗봇을 구축해 1조달러(약 1432조원) 규모의 시장 충격을 일으켰다.

샌프란시스코의 AI 기업가이자 전 엔비디아 직원인 배럿 우드사이드는 “중국 기업들이 더 많고 더 나은 하드웨어를 얻으면 미국을 앞질러 달아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열악한 하드웨어를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들이 더 나은 칩을 확보한다면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30일 한국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자 회담을 마친 뒤 함께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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