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지원단체 30곳 운영 정지…인도주의 위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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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31일, 오전 12:5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스라엘 정부가 ‘새 등록 규정’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지원단체 30여 곳에 대해 운영 허가를 정지하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가자지구 남부 난민캠프 급식소에서 식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성명을 통해 “새 규정에 따른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인도주의 단체들의 가자지구 내 활동 허가를 내년 1월1일부터 정지하고, 3월까지 철수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무장세력의 지원단체 침투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각 단체에 팔레스타인인 직원 명단 등 상세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해왔다. 그러나 대상 단체들은 지난 3월부터 ‘선의의 유예’ 기간을 적용받아 활동해 왔음에도 연말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게 이스라엘 정부 측 설명이다.

가자지구가 극심한 인도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가 내려지자 국제사회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0월 시작된 휴전이 유지되고 있지만, 2년에 걸친 전쟁 여파로 약 200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은 여전히 식량 부족과 의료 공백에 시달리고 있다.

캐나다·프랑스·영국·일본 등 10개국 외교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과도하게 제한적인 새 요건은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을 위협한다”며 “지원단체들이 가자에서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단체들의 활동을 제한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될 수 없으며, 지원단체들의 기여 없이는 필요한 규모의 긴급 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활동 중단 대상에는 국경없는의사회도 포함됐다. 국경없는의사회 측은 성명에서 “우리는 현재 가자지구 병상 약 20%를 지원하고, 신생아 세 명 중 한 명의 출산을 담당하고 있다”며 “가자지구로의 의료 서비스 유입을 막는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들을 계속 지원할 수 있는 해결책을 긴급하게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초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 당국과 건설적인 협의를 통해 활동을 지속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활동 중단 대상이 된 단체들이 가자지구 인도주의 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가자지구로의 지원 반입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인 이스라엘 영토정부활동조정국(COGAT)은 “이들 단체의 기여를 모두 합쳐도 전체 지원 물량의 약 1%에 불과하다”며 “이에 따라 정부 결정의 이행이 가자지구로 유입되는 인도적 지원의 전체 규모에 향후 어떠한 피해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COGAT는 “일부 단체들이 가자 인도주의 체계가 자신들의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려는 시도는 현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55개 지원단체가 이스라엘의 새 규정이 인도주의의 독립성 원칙을 훼손하고 직원들을 위험에 노출시킨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인도주의 및 보건 종사자들이 일상적으로 괴롭힘, 구금, 직접 공격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이는 심각한 보호 문제를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한 일부 지원단체와 유엔이 무장 세력의 침투를 허용하고 인도적 지원이 악용되도록 했다고 비난해 왔다. 새 요건은 단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민간인을 위한 지원을 조직적으로 약탈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를 이유로 지원 반입을 대폭 제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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