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화, 美달러 대비 5년만에 강세…내년 연준 금리가 관건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31일, 오후 04:3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5년 만에 상승(달러·엔 환율은 하락)했다. 다만 다른 주요 통화대비로는 여전히 약세를 나타냈다. 달러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 하락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내년엔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어느 수준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러·엔 환율 시세도 정해질 전망이다.

(사진=AFP)
◇달러·엔 동반 약세 속 달러 하락폭이 더 큰 영향

3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전날 도쿄외환시장에서 155.97엔(오후 5시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각 157.89엔보다 약 1.9엔(1%) 하락한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엔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인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위험회피 성향의 엔화 강세가 진행됐던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달러 약세가 ‘구명줄’…엔화, 유로 대비 사상 최저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달러화 약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됐다. 달러화 약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시장은 달러화 매도로 반응했다. 이에 같은달 22일 엔화가치는 연중 고점인 달러당 139.80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한 것도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로화(13%), 영국 파운드화(7%) 등 많은 선진국·지역 통화가 달러화 대비 상승했다.

상승한 통화에는 엔화도 포함됐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주요10개국(G10) 통화 그룹 중에선 상승률이 가장 저조했다. 이는 엔화 역시 올해 약세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유로·엔 환율은 이달 184.9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전통화로 함께 묶였던 스위스프랑 대비로도 큰 폭 하락해 영국 LSEG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2년 이후 최저치를 새로 썼다.

닛케이는 “올해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 상승에는 달러화 약세가 크게 작용했다”며 “유로화 대비 약세 흐름은 2021년부터 이어진 엔저 국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확장 재정 정책에 엔저 압력 가중

BOJ는 올해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고, 이에 장기금리는 약 27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채권 가격은 하락). 미·일 장기금리 격차는 지난해 말 약 3.5%포인트에서 2%포인트 안팎까지 좁혀졌다.

그럼에도 엔화는 강세 방향으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예고하면서다. 재정확대가 BOJ의 금리인상 효과를 상쇄한다는 인식이 시장에 강하게 퍼진 상황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기 전 달러·엔 환율이 147.40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9엔 가량 엔화 가치가 하락한 상태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환율 전략가는 “BOJ가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데 정부는 재정이라는 액셀을 밟고 있으니 인플레이션율이 높게 유지되기 쉬운 구조”라며 내년 12월에는 달러·엔 환율이 다시 16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BOJ의 정책금리는 당분간 물가안정 목표치(2%)를 밑도는 완화적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 내각의 경제정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내년 美연준 차기 의장·추가 금리인하 최대 변수

이에 내년 달러·엔 환율 향방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좌우될 것이란 견해가 적지 않다.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차기 연준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반영해 추가 금리인하를 이어가고, BOJ가 예상보다 앞당겨지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면 엔화 강세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노무라증권의 고토 유우지로 수석 환율 전략가는 “연준은 의장 교체를 계기로 내년 9월까지 간헐적으로 금리인하를 이어갈 것”이라며 내년 12월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140엔으로 제시했다.

반면 후쿠오카파이낸셜그룹의 사사키 토오루 수석 전략가는 “내년 연준이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 등에 따른 재정지출은 어떻게 보더라도 경기부양에 맞춰져 있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며 “달러화 강세가 진행돼 내년 165엔까지 엔화 약세 국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