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3대 리스크는…트럼프의 연준 통제·재정 팽창·달러약세 유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01일, 오전 06:0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지난 2025년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이민 정책이 본격화되며 미국 경제를 둘러싼 혼란이 그 어느 때보다 컸던 한 해였다. 관세는 경기 침체를 부를 것이란 경고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릴 것이란 장담이 엇갈렸지만 현실은 양쪽 모두와 달랐다. 미국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제조업 부활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워싱턴 정책 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며 가장 직설적인 목소리를 내온 애덤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을 신년특별 인터뷰 했다. 그는 “관세의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대가는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며 앞으로 1년간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에는 비교적 확신을 보인 반면, 성장률은 재정정책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팽창, 연준 독립성 훼손, 달러 약세 유도 시도 등이 맞물리면 미국 경제의 ‘진짜 리스크’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포센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애덤 포슨 피터슨경제연구소 소장(사진=AFP)
―현재 미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 미국 경제에는 분명히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하나는 AI를 중심으로 한 투자 붐이다. 이 투자가 당장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1~2년 뒤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볼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투자가 성공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거품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무역, 반(反)이민 정책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미국 경제에 작용하고 있다. 가격을 올리고, 실질소득을 줄이며 특정 노동과 재화에서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관세에도 경제가 붕괴하지 않았다.

△“그렇다. 관세가 경제를 붕괴시키지도, 되살리지도 않았다. 경제 붕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제가 관세 덕분에 살아난 것도 아니다. 관세의 영향은 양극단의 예측과 달리 제한적이지만, 가격과 기업의 투자 결정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 경제는 버텨왔지만 이는 관세 덕분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 덕분이다.”

―물가도 예상보다 오르지 않았다.

△“관세는 분명히 물가를 끌어올린다. 다만 그 범위가 제한적일 뿐이다. 관세는 수입재 가격을 통해 빠르게 소비자 물가에 전가됐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발표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관세가 영향을 미치는 품목은 소비자물가지수 전체에서 보면 일부에 불과하다. 주거비나 에너지 가격 같은 요인이 전체 물가를 좌우하면서, 관세발(發) 인플레이션의 충격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앞으로 1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에 대해 비교적 확신이 있다. 관세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기업이 기존 재고를 소진하고 계약을 다시 맺고 공급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가격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문제는 그 경로와 강도를 누구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연준조차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 관세 기조를 계속 유지할까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 양쪽 모두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경쟁자보다 동맹국으로부터 더 많은 대가를 끌어내는 데 훨씬 집중하고 있다. 중국을 바꾸지 못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동맹국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세 외 추가로 나올 무역 압박수단은.

△“수출 통제, 외국인 직접투자 제한, 보조금, 환율 압박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수단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달러 약세를 원하면서 동시에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는 정책은 지속하기 어렵다. 이런 정책 충돌이 반복될수록 시장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여건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당장 침체로 몰아넣지는 않지만 분명한 성장의 발목이다. 느슨한 재정 정책, 비교적 완화적인 통화 정책, 그리고 투자 붐이 없었다면 성장률은 훨씬 낮았을 것이다. 관세는 실질소득을 깎고 기업의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며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누적되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

―성장과 물가 전망 중 어느 쪽이 더 불확실한가.

△“흥미로운 점은 지금은 성장보다 물가 전망이 더 확실하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보통은 코로나나 금융위기 같은 충격이 없는 한 GDP 성장률이 물가보다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앞으로 1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확신이 있다. 반면 성장률은 0%에서 3%까지 어디로 갈지 알기 어렵다. 2026년 성장률은 1.5~2.5% 정도가 될 수 있지만, 그 상당 부분은 경제의 기초 체력보다 재정정책에 달렸다.”

애덤 포센 피터슨경제연구소 소장이 31일 신년 특별인터뷰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전략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돈을 더 푼다고 보는가

△“앞으로의 성장률 중 상당 부분은 근본적인 요인보다는 재정정책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 재무장관이 관세 수입을 가계에 수표로 돌려주거나 농민, 특정 이익집단에 환급한다면 성장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동시에 인플레이션도 오르고,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도 함께 확대할 것이다.”

―노동시장은 더욱 악화할 것인가.

△“노동시장이 크게 식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고용 증가 속도는 둔화했지만 고용 수준의 변화는 매우 작다. 오히려 반이민 정책으로 노동 공급이 줄어들고, 의료·돌봄 부문에서 공공 지원이 축소되면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을 떠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임금 상승과 물가 압력을 다시 키울 가능성이 있다. 최근 임금 지표 역시 실질소득이 플러스이고 인플레이션이 2.5%를 웃도는 흐름과 일치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은 무엇을 우선해야 하나.

△“연준은 지금 당장 움직이기보다는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기다리되, 봄에는 금리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파월 의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준 내 의견은 세 갈래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 지명인사 일부는 더 빠른 인하를, 일부 지역 연은 인사들은 인하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위원회 내부의 균열은 더 커질 수 있다.”

―연준 독립성 훼손 여부가 가장 큰 변수다.

△“실제 위협이다. 첫 번째는 위원 교체 문제다. 현재 행정부는 리사 쿡 이사 관련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내 예상으로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할 수는 없다고 하겠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연준 이사 전반과 지역 연은 총재에 대한 통제 여지를 넓히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학계 연구와 경험을 보면, 중앙은행 의사결정자의 강제적 교체는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금융 규제 완화 리스크는 없는가.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부분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아니라 연준 이사회는 금융 규제와 감독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빠르면 5월이면 트럼프가 임명한 인사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그 경우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 규제와 감독에서 독립성 훼손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매우 위험하다.”

―앞으로 가장 우려되는 정치경제 리스크는.

△“세 가지다. 첫째, 행정부가 연준 이사회에 대한 통제를 이용해 크립토 버블을 더 키우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각료 가족이 지분을 가진 회사가 포함될 수 있다. 불법은 아닐 수 있지만 명백한 이해충돌이다. 둘째, 하원 다수당을 잃을까 우려해 무모한 재정 지출을 할 가능성이다. 셋째, 달러를 인위적으로 약세로 유도하려는 시도다. 이 행정부는 처음엔 과격한 발언처럼 보이지만 반복하다가 결국 실행하는 경향이 있다.”

△애덤 포센 소장은

1966년 미국 브루클린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97년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경제 분석을 담당했고 2009~2012년엔 영국 중앙은행(BOE) 통화정책위원을 지내며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에 참여했다. 미 재무부·연준·백악관의 정책 논의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 2013년부터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을 맡고 있다. 통화정책, 무역, 글로벌 거버넌스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경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진단으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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