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 신흥국 대형주를 아우르는 MSCI 전 세계 지수(All Country World Index)는 올해 약 21% 상승, 2019년 이후 가장 강한 성과를 냈다. 최근 7년 가운데 여섯 번째 상승장이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도 연간 16.5% 상승하며 연초 전망을 웃돌았지만, 2025년 랠리는 더 이상 월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영국과 유럽, 일본 증시가 미국을 앞서는 성과를 내며 글로벌 상승세를 떠받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인 마이클 피스틸로와 피터 터크먼이 3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개장 종을 맞아 ‘2026’이라고 적힌 안경을 쓰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FP)
가장 극적인 반전은 영국 증시였다. 런던증시 대표 지수인 FTSE100은 올해 21.5% 급등, 2009년 이후 최고의 연간 성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을 넘어선 수치다. FTSE 올셰어(All-Share) 지수도 19.75% 오르며 시장 전반이 고르게 강세를 보였다.
FTSE100은 연말 장중 한때 9954포인트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동안 성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른바 ‘공룡 지수’가 원자재와 방산을 등에 업고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 셈이다.
귀금속 가격 급등에 힘입은 세계 최대 은 생산업체 프레즈니요(Fresnillo)는 주가가 450% 폭등하며 올해 최고의 승자로 떠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유럽의 국방비 확대 속에 밥콕 인터내셔널, 롤스로이스 등 방산 관련주도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영국만의 현상도 아니었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은 올해 약 17% 상승, 2021년 이후 최고의 연간 성과를 기록했다. 독일의 재정 지출 확대 계획과 방위비 증액, 예상보다 견조한 경기 지표가 유럽 증시를 지탱했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은 유럽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하며 “2025년은 유럽 증시가 다시 투자 레이더에 올라온 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증시가 또 하나의 상징적 장면을 연출했다. 일본 증시의 광범위한 지표인 토픽스는 연말 기준 3408.97로 마감, 연간 23.7%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말 기준으로 Topix가 3000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붐에 올라탄 기술주와 방산주가 랠리를 이끌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Kioxia)는 AI 데이터 저장 수요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540% 폭등, 올해 토픽스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이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엔화 약세와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금융주와 수출주를 떠받쳤다. 토픽스는 4월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 발표로 급락했지만, 이후 약 50% 반등하며 연말 사상 최고치로 돌아섰다.
한국 증시도 연중 변동성을 겪은 끝에 연말로 갈수록 회복 흐름에 합류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수출주 중심의 매수세가 유입, 2024년 말과 비교했을 때 75.6% 올라 1987년(92.6% 상승)과 1999년(82.8%)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높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딥시크·관세·달러 약세…그래도 시장은 버텼다
2025년은 결코 순탄한 해가 아니었다. 1월 중국 AI 챗봇 딥시크 등장으로 미국 기술주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조달러 증발했고, 4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발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충격은 반복됐고, 회복은 더 빨랐다. 관세 유예 결정 이후 증시는 빠르게 반등했고, 기업 실적과 2026년 금리 인하 기대, AI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이 다시 자금을 끌어들였다.
노르데아 자산운용의 카스퍼 엘름그린 주식·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초에 이 정도의 무역 혼란을 예상했다면 이렇게 강한 증시는 전망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결국 회복력 있는 경제와 기업 펀더멘털이 시장을 떠받쳤다”고 말했다.
다만 랠리가 길어질수록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강세장은 실리콘밸리 대형 기술주들이 주도했고, 그 결과 주가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지수 수익률이 소수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도 부담이다.
슈로더의 사이먼 애들러 가치주 운용 총괄은 “이처럼 강한 장에서는 안일함이 가장 큰 위험”이라며 “2026년을 앞두고 시장 일부는 매우 과도하게 평가돼 있고, 조정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